living note

수다의 단계

반야화 2010. 1. 27. 19:05

수다에도 단계가 있다.

우선 문화라는 걸 살펴보면 그것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아 보이는 어떤 것에 서서히 젖어들다가 타성이 되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다 보면 문화로까지 정착이 되는 듯하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가족제도가 대가족 중심에서 언젠가부터 핵가족화가 되어버린 것이 어느새 문화처럼 당연시되고 자식들뿐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함께 사는 걸 대부분 힘들어하는 추세다. 그렇게 되어가는 원인은 개인주의가 팽배해져서 효 사상은 점점 쇠퇴해 가고 매사에 자신을 위주로 생각하는 관점이 두드러지다 보니 서로의 독립된 생활에서 행복을 만들어 가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핵가족의 정착은 우리들의 수다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떠는데 친구가 그런다. 시집간 딸이 아이를 낳아서 사위와 셋이 일주일을 있다 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입술이 부르텄다고. 그런데 그다음 말이 압권이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과 손자는 보면 좋고 가면 더 좋다고 하는 말이 대부분 엄마들이 맞다 맞아하면서 유행어가 되었다고 하는  듣고 우리는 수다의 절정을 이루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렇듯 우리들의 수다에도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건 몇 년 전만 해도 모이기만 하면 아이들 공부 이야기를 하다가 그다음에는 입시 이야기로 단계를 높이고 취업 단계까지 갔다가 어느새 결혼 이야기로 단계를 높였는데 아직은 여기 까지지만 좀 더 있으면 손자 이야기로 승격이 될 텐데 어쩌면 좋아.

 

손자 이야기는 너무 심하게 자랑을 하기에 손자가 없는 측에서 앞으로 손자 이야기하려면 벌금을 매기겠다고 해도 벌금을 물면서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직은 모르겠다. 나라고 예외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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