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함께 사는 세상이었으면

반야화 2009. 12. 19. 11:17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메인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혹한 소식에  문득 노숙하는 사람들이 걱정이 된다.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 제대로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공간엔 관리자들이 돌아가는 밤 시간에는 다 봉쇄되고 겨우 맞바람이 치는 어느 역 통로에서나 한 자리 얻을 수 있었던 그들은 다 어디에서 이 추위를 견뎌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경쟁으로 태어난 다 같은 일등 선수들인데 어찌하여 모든 삶의 경쟁에서 밀려나 하필이면 그들일까? 무능해서라고, 아니면 억지로 운명으로 까지 치부해 버리기엔 사회구조엔 문제가 없을까? 발전하는 서울의 모습 이면에 멋진 음악에 춤추며 발광하는 반포대교 분수가 아름답게 보이겠는가. 주거가 헐리고 쾌적한 공원으로 탈바꿈되는 세련된 도시가 발전으로 보일 것인가?

 

이 엄동설한에 보금자리가 뜯겨 나가고 이웃이 헐려 나가는 폐허의 섬에 고립된 처절함이 그들만의 아픔이고 더 받아내기 위한 알박이처럼 치부해 버린다면 그건 가진 자들의 이기다. 발전시키는 관료에게 점수를 주기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열어가는 관료에게 점수를 주자. 서울은 날로 발전해 가고 있지만 이면에는 뼈저리게 상처를 받는 이들이 있다는 양면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태평성대까지야 바라지도 않지만 상처받고 주눅 드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그렇게 보살필 줄 아는 따뜻한 정치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리고 긴긴 겨울을 기댈 데 없는 어려운 이웃들이 무사히 추위를 견디고 다 함께 봄도 보고 꽃도 보고 있는 그대로를 아름답게 느낄 줄 아는 삶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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