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가장 아름다운 법당

반야화 2009. 11. 9. 17:11

진관 공원을 걷다.

부처를 형상으로 모시고 절을 짓는 것은 기도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이지 그곳에 부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부처는 마음속에 있고 기도는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停)이라고 걸어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조용히 있거나 이 모든 행위 속에서도 기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롭고 자애로움인가, 이 가르침이 시간의 제한을 받는 나에게는 참으로 큰 위로가 되어서 집 앞 야산 공원을 나만의 법당이고 또한 최고의 법당이라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 서원을 담아 고요히 산책을 하고나면 온 마음이 후광에 쌓이는 것처럼 환희를 맛보기도 해서 굳이 절을 찾지 않은지가 참 오래된 것 같다.

 

자연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자연의 순리에서 많은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단풍일 때는 찬란하던 오색들이 낙엽으로 지고 나면 차별 없는 모습으로 같은 운명의 색깔로 또 다른 생명의 모태가 되어다. 켜켜히 쌓인 갈잎을 들쳐보니 밑에는 고운 부옆토가 있고 그 위에는 작년의 낙옆이 거름으로 발효되고 다시 위에는 올해의 낙엽이 된서리에 지쳐버린 잡초까지 다 덮어주어 봄을 기다리라며 포근히 감싸주고 있다. 덮인 이불속에는한여름과 가을철의 코러스가 될 무수한 생명까지 키우고 있으니 살 자리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나무들이 씨앗이 떨어진 대로 환경을 받아들여 싹을 틔우고 서로를 보듬어 거름이 되고 숲이 되어 순환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무한한 사랑을 배운다.

 

오늘도 걸을 때마다 내 몸무게를 사뿐히 받아주고 발목이 잠기는 낙엽의 무덤이지만 죽되 죽지 않는 생명으로 내 글 속에 저정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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