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찰나가 만든 거리

반야화 2009. 10. 14. 14:45

추모관을 다녀와서  

찰나의 가장 짧은 순간이 가장 먼 거리가 되는 생사의 갈림길, 이승과 저승은 그런 관계였어  처음으로 방문한 추모관이란 곳은 장묘문화가 바뀌면서 생겨난 신들의 아파트 같기도 했다. 살아서 움켜잡고 욕심부리던 재산들이 무슨 소용이람. 거기는 빈부차도 없이 일정한 공간에 항아리 하나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외관상으론 가족공원 같은 느낌을 주려고 아름다울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었지만 머물고 싶은 공원은 아니었어 내 가족만 모셔져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된 인생인지도 모르는 수많은 신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엔 이미 공원이 아니라고 하니 내 형제가 있는데 왜 그리 거리가 먼지.......

 

야산엔 수목장이 있고 명패가 걸려있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더러는 주인을 기다리듯 무성한 잎을 피워내고 있었다.

명패가 달린 나무가 숲을 이룬다면 그 숲이 주는 공기에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살아서 좋은 흔적을 남겨두면 그만이지 죽어서 명패를 달고 나무가 되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나무에 깃들어 있는 영이 또 다른 생을 이어가서 외로워지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산에 모셔져 있는 부모님의 산소라면 한 번가서 포근히 안겨봐도 좋겠지만 온갖 잡신이 소란스러울 추모관이란 거 난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해서 산들이 죽은자의 차지라면 그것도 안 될 일이다.

 

살아서 소유하는 것과 죽어서 소유하는 것은 평수의 차이다.로 남어라.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아름다운 법당  (0) 2009.11.09
내 고향에도 가을이  (0) 2009.11.01
반포대교 야경  (0) 2009.10.05
나의 꽃밭  (0) 2009.10.01
지하철 단상  (0) 2009.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