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
신도림을 아시나요/거대한 지하 괴물의 뱃속 같은 인천행에서는 누구나 학다리가 된다/한 다리를 감추고 선 산고의 고통 같은 기다림/ 문이 열리면 수많은 옆구리로 아우성 없는 해산을 하고/ 인파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파도의 포말이 된다./ 2분마다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가는 신도림의 인해.
가난한 영혼으로 배를 채운 괴물은 하 모니카를 연주하기도 하고 /날 선 목소리로 외치는 짧은 장터가 되기도 한다/ 하모니카 연주가 시작이 되면 모세의 기적처럼 인해가 갈라지고/ 연주자는 유유히 땡그랑 소리를 즐기며/ 그 긴 인해를 가르며 그릇을 채우고 고단한 삶을 괴물에 기대어 밀려오고 쓸려 가는 파도를 탄다.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이냐/ 아침마다 학다리가 되어도 좋다고 삶을 지고 섰는 이는 갈 곳이 있어 행복이 아니더냐/ 방향도 목표도 잃어버린 채 배회하는 젊은이여/신도림의 미아가 된들 어떠리/ 신도림의 파도가 된들 어떠리/ 산고의 고통 속에서 2분을 견디며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도 좋으리 /젊음에게 희망이, 젊음에게 기쁨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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