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있는 겨울 스케치,
새하얀 도화지 같은 들녘 가운데로 시커먼 두 줄기 길을 타고 달려가는 그 끝에는 내인생 30년을 떼어내 시집간 딸이 있는 곳. 새하얀 눈밭 같던 내 젊음에 시커먼 터널이 생겼어도 그 어둠이 사라지는 양지쪽에는 파란 행복 위로 두 송이 꽃이 피어나고 그 꽃 어느새 홀씨 되어 새봄을 만들고 있는 딸을 찾아가는 길이다.
눈 덮인 겨울 풍경에 흠집을 내면서 달려가는 고속도로 왼쪽에는 옹벽을 기어오르던 담쟁이가 벽화가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황량한 들판에 제멋대로 뒹구는 겨울이 어설프다. 가도 가도 이어지는 검은 산 벗은 나무는 굽은 등을 곧추세워 하늘을 떠 받치는 벌을 서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부서져 내려 저리도 고운 눈이 되어 있는지......
영원할 것 같던 푸르름도 사라지고 높기만 하던 하늘도 부서져 내리는데 딸아, 영원할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행복을 쌓아두려 애쓰지 말고 순간순간 행복하여라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고 우리는 불가분의 괸계에 살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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