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동유럽의 가을

반야화 2016. 11. 8. 15:22

 

일정: 체스키 크룸로프-(체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할슈타트(오스트리아)-블레드(슬로베니아)-포스토니아(슬로베니아)-자다르(크로아티아)-스플리트(크로아티아)-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모스타르(보스니아)-메주 고리 예(보스니아)-트로기르(크로아티아)-플리트비체(크로아티아)-자그레브(크로아티아)-부다페스트(헝가리)-브라타 슬라바(슬로바키아)-비엔나(오스트리아)-프라하(체코)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가을이 절정일 때 유럽의 동구권 한 바퀴를 돌고 왔는데 다행히 아직 가을의 풍취가 남아 있어 다시 물들고 싶어 진다.

해마다 맞이하는 우리나라 가을은 잠시 지난날의 잔상으로만 만족하고 우리나라 계절과 비슷한 동유럽의 가을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맞추기 위해서 일정을 조금 늦추었더니 예상은 적중했고 날씨도 좋아서 여러 날을 행복한 여행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여행이라고 해서 아름답고 멋진 것만 보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것, 내 나라와 다른 것을 보고 비교도 하면서 때로는 우월감에 때로는 동정심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부러운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오스트리아의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서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짤즈캄머굿의 호수마을, 음악의 천제인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이 난 가장 좋았다. 그리고 보스니아를 보면서는 눈물이 났다. 내전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면서 가난한 마음들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내전 후의 모습까지 겹쳐 보였다. 전후세대라고 해야 할지는 애매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겪은 기억이 없으니 상처 또한 지식으로만 남아 있다. 보스니아 마을엔 총탄자 욱이 그대로 남아 있고 마당 앞에 가족을 묻어두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비참한 현실을 보면서 그것 또한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국가관을 갖게 해 주었다

 

가장 먼저 유럽의 아침을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맞았다. 밤새 비가 오고 활짝 개인 날씨인데 유적지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보헤미아의 유적을 보면서 내 나라와 다른 점을 바로 인식시켜주었다. 그리고 언덕에 있는 중앙광장에 올랐는데 블타바 강의 지류가 S자 곡선을 그리면서 흘러가는 주변에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 빛나는 아침에 눈부시게 드러나면서 여행의 첫인상이 남은 일정 동안 펼쳐질 유럽의 풍경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다, 강, 호수들을 거쳐가면서 인류가 결코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느꼈다. 음악으로 먼저 알려진 도나우강, 블타바 강, 볼푸강, 네레트바 강, 사바강 아드리아해의 특별한 해안을 V자 곡선으로 따라가면서 여행은 끝난다.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짧은 일정을 바쁘게 소화해내려다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을 놓치고 나면 돌아와서도 개운치 않는 여운이 한동안 남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몸이 잘 따라준다는 것이 감사하고 수면시간이 짧아도 이튿날 별다른 후유증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기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우리는 늘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야 고된 육체를 이끌 수가 있다는 것을 여행을 해보면 느낄 수 있다.

 

동우럽은 동쪽에 있는 유럽이라기보다는 지정학적으로 냉전시대의 사회주의 국가에 속했던 동구권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까다로운 법질서를 대체로 잘 정해져 있고  불만 없이 잘 따라주는 근면한 국민성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중세시대의 건축물과 그 새대의 뒤섞인 제국주의 역사의 잔재가 있었으며 유명한 건축물은 거의 중세시대의 걸작들인 대성당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좋았던 곳은 역시 오스트리아와 프라하다. 화려한 중세시대의 구시가들도 볼거리가 많았고 예술의 도시, 음악의 도시여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여유로운 삶의 모습, 자연환경.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부럽기만 한 도시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오스트리아에서 들었던 음악회와 익히 알고 있던 `도나우강과 블타바 강이 배경이 된 음악들을 그 지역에서 들었을 때의 감동이 진하게 배어오던 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아름다운 가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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