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뚜르드 몽블랑(락블랑 구간) 2일째

반야화 2018. 6. 30. 11:56

2018.6.18일 2일째
샤모니-콜데몽데-락 블랑-플레제르 산장-샬레 폴로리아 구간

자고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늘을 보는 것이 언젠가부터 습관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프랑스까지 와서도 가장 먼저 하늘을 본다. 이곳은 미세먼지니 마스크니 그런 말조차 없는 것 같다. 아침마다 구름 한 점 없는 투명한 하늘이 드높다. 시작은 언제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하얀 뭉게구름이 마치 알프스의 신들이 초자연적 아트의 장치를 하듯이 높은 봉우리에 하얗게, 멋지게 걸어둔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더 어울리는 풍경이 되는 소품 같은 뭉게구름이다. 자고 나면 하늘을 먼저 보고 조식은 보통 7시경에 하고 해가 길어서 8시경에 출발한다. 해는 밤 열 시가 되어야 지기 때문에 트레킹이 끝나고도 가까운 호수를 산책하고 호수에 비친 몽블랑을 물들이는 노을을 본다. 유럽의 서머타임이 시행되는 이유를 알았다.

이곳의 기차는 3칸짜리 미니기차가 또한 이쁘다.다시 목록 역에 내려서 바로 꽃길로 접어든다. 길가에는 역시 들꽃이 아름답고 농지에 물을 데는 물길이 너무 맑고 깨끗한 빙하수가 흘러든다."이렇게 질 좋은 물을 먹고 자라는 농작물을 먹고사는 이곳의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좁다란 농로로 40여 명의 사람의 대열이 그 또한 그림이다. 넓고 푸르른 초원에는 들꽃이 피어 있고 그 가운데 사잇길로 들어가서 지그제그 길로 한참을 오르면 에귀베르뜨봉을 향해서 올라간다. 에귀라는 말은 뾰족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거대하고 뾰족한 봉우리에 하얗게 눈이 덮인 설산 밑에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지를 알게 된다. 그 장엄한 봉우리에 구름은 언제나 봉우리를 덮어버리지 않고 겸손하게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다.

에 귀 베르뜨 앞에서 멋진 사진을 찍고 약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마치 한라산 영실에 와 있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곳을 만난다. 눈이 없는 바위산이 남벽 같고 철쭉 같은 알펜로제 꽃이 온 산을 덮고 있다. 우리나라 진달래 같은 꽃인데 알프스의 장미라 고도 불리는 꽃이 한창이다. 그 꽃길을 지그제그로 오르다 보면 역시 빙하수가 흘러서 물을 마시면 그 맛이 달다. 오르면서 흘린 땀줄기가 땀구멍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목덜미는 차가운 코팅을 한 것 같다. 가져온 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바꿔 채우고 남벽 같은 곳까지 도달하면 넓은 평원이 있는데 물이 여러 곳에서 흘러내리니 습지가 되어 있기도 하고 조금 높은 쪽에는 들판 같은 평원이어서 우리는 거기서 점심을 먹었다.(2600미터), 매일 최고 수준의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시간도 즐거운 시간이다. 낮이 길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니까 쉴 때는 한 시간 정도 푹 쉬어간다. 내 몸은 떠나가 전에 걱정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았지만 일행 중에는 힘든지 신발을 벗고 벌렁 누워 있기도 한데, 누구나 그런 멋진 풍경 속 평원을 만나면 누워서 감상하고 싶기도 할 것 같았다. 그런 중에 나는 좀 번거롭기도 하지만 여행스케치 노트를 보조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풍경에서 느껴지는 내 마음을 기록하는데 하루 종일을 써도 다 못 쓸 것 같은 감성들이 마구 다투어 마음 밖으로 뛰쳐나온다. 난 그 좋은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글을 썼다. 아니 대충의 감정들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휴식이 끝나고 락블랑을 향해 가는 길에서 몽블랑이 구름 속에서 들랑날랑하다가 잠시 후에는 아주 잘 생긴 모습을 다 보여주겠다는 듯이 구름을 다 쫓아버리고 근엄한 봉우리를 다 들어낸다. 몽블랑은 뾰족하지가 않다. 멀리서 보이는 모습은 정수리가 이름에서 느껴지는 우리말 발음처럼 뭉실뭉실하고 둥글다. 4810미터의 높이가 왠지 편안하게도 보인다. 오히려 락 블랑은 뾰족한 성품이 드러나는 것 같이 두렵게 보인다. 멀리에는 플레제르 산장이 이쁘게 가물거리고 발 밑에는 꽃길이 아닌 매끈하고 뾰족한 돌길이다. 아마도 눈을 벗어버리면 몽블랑의 속살도 이렇지 않을까 싶었다. 돌길이 끝나자 높은 산봉우리에서 폭이 좁지만 아주 높은 빙하 폭포가 쏟아진다. 우렁찬 폭포 소리를 음악 삼아 간식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세상사가 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사는 것이 다 만족할텐데 잔뜩 부푼 기대로 떠난 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코스의 계획대로라면 락 블랑 호수에 비친 몽블랑 산군들의 아름다운 반영을 보는 것이데 막 개장한 트레킹 길에 눈이 많아서 락 블랑 산장에 현지 가이드가 갈 수 없다고 한다. 일순간 나의 그림은 구겨지고 그 자리에 다른 구상을 해야 했다. 락 블랑 산장 아래가 눈이 깊게 쌓여 있다. 그런 곳을 마멋도 바위구멍에서 나오고 긴 뿔이 멋진 이이 맥스도 여럿 보였다. 처음 보는 동물을 만나는 것도 좋고 쉬어가는 언덕 밑에는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파아란 테두리가 드러나는 작은 호수를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변경된 경로를 가는데 길 옆에는 궁굼했던 이쁜 월귤나무 꽃이 피어 있어 사진을 찍고 백 년 이상 된 이끼에서만 핀다는 이끼 꽃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알프스에서 코스 변경은 그리 실망스러운 건 아닌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 다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못 가는 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쉬움도 없는 것이다. 오늘의 코스도 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디찬 얼음물이 손끝에 닿으면 짜릿하게 느껴지는 알프스의 감촉이 좋고. 이천 미터 상공에 솟아 있는 봉우리를 멀리서 안으면 다 품 안으로 잠시라도 들어와 주는 것도 감사하고 평원에서 풍경을 글로 스케치하는 순간도 순도 백 프로의 행복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기념으로 빙하수를 담아가서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 가득히 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먼저 별이 되어 간 그분들과의 좁혀진 하늘 거리를 보는 것 같고 그 마음까지도 전해질 것 같은 곳이어서 더욱 좋았다.
다시 아름다운 내일이 올 것이다.

기차타러 가는 길에 샤모니마을의 담장에는 집집마다
꽃이 피어 있거나 이쁜 화분이 걸려 있다.

루피너스

 

 

 

 

 

 

 

에 귀 베르뜨 봉 아래 서면 너무 큰 봉우리 앞에 압도된다. 4122미터
저 멋진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거인 앞에 선 난쟁이가 된 것 같다.

제주도 영실 쪽에 있는 남벽과 그 아래 핀 철쭉같이 보이는
락 블랑 아래 알펜로제 꽃

 

구름도 넘지 못하는 몽블랑

 

설선 위로는 만년설이 하얗고 산 아래는 마을이
포근하게 자리 집고 있다.

 

빙하수로 식수를 채우고 마시고 간다.

구름이 감도는 락 블랑

2600미터의 평원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중,
락 블랑 봉우리 아래 빙하수가 흐르고 넓은 평원은 습지가 되어 있다.
습지 위쪽 풀밭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어간다.

 

 

 

 

 

 

몽블랑의 속살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눈이 녹은 자리는 완전 돌산이다.

높은 산에 있는 포근해 보이는 마을,
몽블랑 산군이 만들어 낸 빙하수가 실핏줄처럼 흐르고 있다.

 

몽블랑 산군에 끼어 있는 엄지 같은 자이언트 봉도 보이고
몽블랑은 잠시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알프스에 살고 있는 아이맥스

 

월귤나무 꽃

얼음이 다 녹으면 옥같은 빙하호가 되겠지.

락 블랑 산장
올라가는 길에 눈이 많아서 가지 못했고 바라만 봤다.

멀리 보이는 플레제르 산장

알프스의 눈동자 같은 방화수

이끼 꽃인데 백 년 이상이 된 이끼에서 피는 것이라 한다.

 

솔다넬라 알피나 꽃
눈이 녹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데 아직 잎은 보이지 않는다.

 

 

몽블랑에 구름 한 점 없다.
중간에 있는 봉우리가 몽블랑

 

점심 후의 휴식 파노라마

월귤나무 꽃이 활짝 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