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몽블랑트레킹 3일째(브레방 구간)

반야화 2018. 7. 1. 16:20

2018.6.19일 3일째

코스:르쁘라-쁘랑 쁘라-콜 브레방-플로 제르 산장-침엽수림 숲길로 하산-르쁘라 마을

 

날씨는 여전히 맑고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하다. 오늘의 코스는 숙소에서 들며 날며 바라보던 몽블랑의 반대쪽 늘 구름에 가려져 있던 곳, 브레방으로 간다. 이곳은 남쪽이어서 만년설이 없는 산군들이 그 속살이 다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525미터에 위치한 브레방까지는 두 번씩 케이블카를 타고 가야 한다. 숙소에서 바라볼 때 중간에 구름이 걸쳐져 있으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섬같이 보인다. 구름이 걷히면 바위에 눈꽃이 피어 있는 것도 같다. 오늘은 정해진 코스를 제대로 갈 수 있기를.......

내 위치란 것이 이제는 모든 역할이 끝나고 가장 낮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세상에는 나의 위치를 가장 드높일 길도 있구나 싶다. 내 위치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날, 쓸모없다고 생각되던 나의 존재를 최고 지점으로 위치를 끌어올려 보고 싶은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마치 내 인생의 정상을 올라가는 듯한 기분 좋은 길로 들어선다.

 

알프스를 걸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유럽의 대성당들의 외관을 보면 뾰족한 첨탑들이 많은데 혹시 알프스의 침봉들이 모티브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브레방은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인데 이번에도 브레방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성수기를 앞두고 점검하고 수리하는 기간이어서 가지 못하고 일정을 변경해서 플레제르로 가야 한다. 몽블랑은 우리가 트레킹 하는 동안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중심이 되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할 뿐 우리는 태양 같은 몽블랑의 축을 위성처럼 돌고 있는 것이다.

 

더는 갈 수 없는 지점에서 눈길을 되돌아 내려오니 페러글라이딩으로 나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는 원해도 나를 수 없는 나이 제한에 걸리는 슬픔을 느꼈다. 나른다 해도 침봉들 위로는 나르지 못하고 그 아래로만 볼 수 있는 높이기 때문에 걸으면서 보는 이상의 더 무엇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들뜨지 않고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접은 마음을 구겨 넣고 샬레 데 샤이 라농에서 약간 낮은 곳으로 플레제르(1875미터)를 향해간다. 이제까지 만년설을 감상하면서 걸었는데 이 길은 헐벗은 침봉들을 끼고 내려가는데 아찔하도록 높다. 한참을 걷다가 분지같이 아늑하고 동그란 넓은 풀밭에서 점심을 먹는다. 우리들의 점심자리는 대가의 명화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도 점심을 먹고는 벌렁 누워버려도 좋은 장소여서 편하게 쉬어서 좁다란 길을 따라 한참을 간다. 

 

플레제르 산장에 도착했다. 위치가 너무 이뻐서 잠시 들려 맛이 좋다고 하는 맥주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고 쉬어가는데, 밖에 나오니 하얀 지붕 같은 만년설을 덮고 있는 풍경을 큰 개와 함께 풀밭에 앉아 세 식구가 차를 마시는 풍경도 그림같이 보인다. 산장 아래는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인공으로 화재대비용 방화수를 호수처럼 모아두었는데 예사 물이 아닌 알프스의 빙수니 잔잔한 호수에 하얀 산그림이 들어차 락 블랑 호수에서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산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얼마나 잘 생겼는지를 거울 같은 호수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듯하다.

 

플레제르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알프스의 침엽수림이 빽빽한 숲길을 걷기로 했다. 천 미터 정도는 내려가야 하는데 오래된 고목의 숲과 알프스의 만년설이 만들어 낸 공기가 얼마나 달콤한지 먼지에 찌든 폐포를 낱낱이 헹궈내는 것 같은 청량감을 맛보며 걷다 보니 카페의 요정 같은 플로리아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는 온통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위치도 너무 이쁜 곳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쉬어가야 하는 곳이다. 플로리아를 지나면 눈 녹은 물이 계곡같이 콸콸 세찬 소리를 내면서 흘러내리는데 부딪치고 깨어지면서 쏟아지는 거품 같은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진다. 어느 길 하나 좋지 않은 곳이 없으니 높고 긴 길이라도 즐겁기만 하다. 이 길에도 7시간을 흘려 두었다. 

                                      

 

브레방, 구름이 걷힌 모습이 장엄하다.

케이블카가 지나다니는 허공 밑에는 걸어서 오르는

지그제그 산길이 선명하다.

숙소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브레방 꼭대기인데

오늘의 코스다. 몽블랑의 반대쪽이어서 남쪽과 북쪽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곳이다.

눈이 없다.

콜데브레방, 쁘랑 쁘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린 곳, 여기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브레방 정상까지 가야 한다.

여기서도 케이블카 운행이 안 되어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까이서 브레방을 볼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우회해서 플레제르 산장까지 걸어간다. 바로 위에 콩데 부레 방이 구름 속에 가려져 있다. 브레방 높이. 2368미터

 

브레방이 눈꽃처럼 꽂혀있다.

콜데 브레방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몽블랑 산군.

이 마을은 빙하수로 농사짓고 목축하고 식수까지 다 해결되고도 남는 물은 호수를 만들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고스란히 마을로 빙하수가 전해지는 모습같이 보인다.

 

 

 

샬레 데 샤이 라농, 페러글라이딩을 타는 곳.

 

 

 

 

 

플레제르로 가는 길

 

 

 

위치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몽블랑이 북쪽이고 반대편 남쪽은 눈 대신에 뾰족한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고 걷는 길은 돌길이다.

 

 

 

산장 아래 있는 방화수의 반영

샤모니 사람들,

어릴 때부터 무등을 타고 알프스를 즐긴다.

플레제르에서 침엽수림 길이 끝없이 이어진 숲길을 간다.

해당화

 

플로리아 산장, 산장 전체를 꽃으로 치장하고 있는 아주 귀엽고 이쁜 산장이다.

 

 

 

 

 

몽블랑 일대. 멀리서 보면 높이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쁘랑 쁘라에서 보는 몽블랑 산군

 

 

점심 후 휴식

 

르쁘라 마을로 하산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