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16~17일, 알프스로 간다.(발므 구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곳, 나의 산행 경력 25년, 드디어 알피니스트란 명칭을 달고 싶어 그 어원을 찾아 알프스로 간다. 알프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몽블랑이다. 유럽 중심부에 활 모양으로 3개의 나라에 걸쳐 있고 세 나라의 국경을 이루기도 하는 몽블랑을 중심으로 평균 2000미터의 산군을 트레킹 하는 여행 일정이다. 그중에서도 출발지점의 코스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프랑스 샤모니로 가서 숙소를 한 곳에 정해두고 셔틀로 산행하는 일정이어서 짐을 옮기지 않아도 되는 코스로 많이 짜여 있다.
첫날,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제네바 공항에 도착하니 밤 8시 30분이다. 제네바는 아직도 대낮같이 밝다. 제네바에서 스위스 국경 넘어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샤모니에 도착하니 밤 열 시가 훌쩍 넘는다. 주위는 캄캄하고 어둠 속에서도 뭔가 하얀 장막 같은 것이 양쪽에 높이 세워져 있어 보인다. 하얗게 보이는 저것이 말로만 듣던 설산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빨리 아침이 밝아져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늦은 밤에 방 배정을 받고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쉬이 잠들리 없다. 하루 정도는 잠 못 드는 습관이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지새우기다.
아침에 날이 밝았다. 5시면 새벽 시간대인데 벌써 여명도 아닌 밝은 아침이다. 빨리 나가서 주위를 살피고 싶어서 나갔더니 밤에 본 그 실루엣에 생각했던 것처럼 숙소가 있는 곳이 1037미터의 지대이며 뒤편에 몽블랑이 보이고 유명한 봉우리인 에귀 뒤 미디 봉이 붙어있고 그 장엄한 봉우리가 하얗게 눈이 부시게 둘러 서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몽블랑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해는 보이지 않고 봉우리만 불그레하게 물든다. 워낙 높은 곳이니까 일찍 물들고 늦게 지는 해로 황혼이 든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같은 장면을 목격하는 일상이 시작되고 몽블랑을 마치 앞 산 보듯이, 뒷 산 보듯이 본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은 구름 한 점 없는 티 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과 날씨를 맞는다는 게 큰 선물 같았다. 아! 하룻밤 사이에 완전 다른 세상에 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샤모니 마을은 무척 조용하고 아름 아우며 지붕은 얇은 대리석이고 벽체는 오래된 검은 목조주택이다. 그리고 집집마다 재랴늄이나 페튜니아 같은 꽃화분을 걸어서 외벽 장식을 해 두었는데 "참으로 사람 사는 집 답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안에는 또 어떻게 꾸며졌을지 무척 궁금했다. 마을에 나무 정도가 있는 게 아니라 숲 속에 집이 있는 구조여서 언제나 새소리가 생활의 배경음악이 되는,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 생활의 편의는 일반 주민 위주가 아니라 철저히 근로자 위주로 보편화되어 있어서 마을과 상가를 이어주는 버스도 저녁 7시면 끊기고 상점들도 7시면 문이 닫히기 때문에 우리가 여유 있게 쇼핑하기가 어려웠다.
**********************
첫날 코스: 프랑스 르뚜르마을에서 스위스 국경지역인 콜데발므 구간.
샤모니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길목에 야생화를 보는 것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목록 역에 내려서 산 쪽으로 가는 길 초원에는 까만 소들이 밥그릇만 한 요령을 달고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 풍경을 보는데 무거울 만큼 큰 요령을 단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봤다. 소리가 커서 멀리 있어도 소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으나 난 내 기준으로 생각하니 그 소리조차 여행자에게 주는 알프스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이는 모든 것이 알프스다웠다. 첫날부터 날씨도 좋고 약간 더운 우리나라와 거의 기온이 같았다. 목록에서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목적에 따른 트레킹을 하기 위해 콜데발므까지 걸어서 가는데 길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질풀 꽃이 좁다란 길을 온통 분홍빛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발므 언덕은 우리들이 느끼는 알프스의 첫인상인데 파아란 초원에 온갖 야생화가 피어 있고 멀리에는 만년설이 하얀 높은 산군들이 펼쳐져 있는 그야말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던 꿈에 그리던 알프스의 전경 그대로였다. 이곳에서 30분간 쉬고 다시 오르는데 빙하수가 흘러내려서 식수를 채우고 마시기도 하면서 가는데 보이는 것이 다 그림이어서 모두가 사진작가가 되는 순간들이다.
알프스의 첫인상에서부터 넋이 나간 듯 꽃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샬레가 있는 발므 산장에 도착하니 놀랍도록 아름다운 꽃밭이 된 아네모네가 촘촘히 피어서 설산과 어우러져 지상낙원이 되어 있다. 아직 만개되지 않은 꽃망울이 얼마나 이쁜지 순간 "알프스의 봄을 제쳐두고 천상의 화원을 말하지 말라"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곳에 창고 같은 샬레가 있고 양지바른 쪽, 천상의 화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꽃을 먹는지 밥을 먹는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에서 행복한 시간에 젖어들다가 우리는 스위스 지역인 트리앙으로 넘어가지 않고 우회해서 콜데발므를 거쳐 콜 데포 세트로 간다. 꽃을 밟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높은 산에 자운영이 깔려 있고 보라색, 노란색 등 갖가지 색상으로 키 작은 들꽃들이 마치 카펫에 꽃을 수놓은 듯했다.
아로 레떼 고개 쪽으로 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눈을 밟고 가야 되는데 춘설의 눅눅한 눈은 발과 스틱을 물고 늘어지고 뽀송뽀송한 겨울 눈보다 걷기가 힘들었다. 눈을 밟아도 겨울 느낌이 들지 않고, 눈 때문에 눈이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로 레떼 고개를 넘어 꽃길을 걸으며 포세트 고개로 간다. 포세트 고개에서도 몽블랑이 보인다. 우리가 걷는 구간 어디서나 몽블랑을 중심축으로 도는 길이다. 콜데 포세트(고개, 1997미터)로 가는 곳곳에 눈이 녹아서 웅덩이를 만들었고 물이 있는 웅덩이마다에 산그림이 반영이 되어서 그 또한 특별했고 평원인 고개에서 보이는 맞은편 산들은 마치 도화지에 꽃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검은 산을 그린 다음 하얀 페인트로 굵은 선을 거칠게 함부로 그린듯한 붓터치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얼룩말 가죽을 걸어 둔 것도 같은 산의 모습도 전체가 하얗게 덮인 것 못지않게 멋져 보였다.
고개고개 넘어서 출발지인 라뚜르 마을로 U자를 그리며 내려간다. 내일은 또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그 기대 때문에 힘든다는 생각도 없이 7시간을 걸었다. 내 마음에도 꽃이 가득 들어차고 산행 경력 막바지에 화룡점정을 찍는 여행이 참 좋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되고 응원단이 러시아로 출정하나 보다.
기내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으나 너무 이른 시간
***********
6월 17일 몽블랑의 일출부터
몽블랑의 일출 장면, 오른쪽이 몽블랑(4810미터)
왼쪽이 케이블카로 오르는 높고 뾰족한 에귀 디 미디봉(3383미터)
아래쪽 꼬리 부분은 빙하인 보쏭 빙하가 긴 꼬리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숙소인 알펜로제 산장, 1037미터 위치
숙소에서 앞쪽으로 보이는 브레방, 왼쪽 끝 부분에 케이블카 내리는 곳이 있다. 2526미터
샤모니 기차역 앞에는 빙하 녹은 물이 강을 이루며 풍부한 수량이 유속이 빠르게 흐르고
뒤편에는 작은 호수가 있다.
작은 기차역, 샤모니 전역에서 시내버스와 기차는 무료로 이용한다.
기차에서 내려서 이곳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된다. 콜데발므로 올라간다.(2119미터)
샤라 밀롱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꽃길을 걸어서 간다. 1850미터 7시간
르투르 마을 전경
콜 데몽 테에서 보이는 락 블랑의 우뚝한 봉우리
알프스에서는 식수를 준비하지 않아도 걱정 없다.
고산지대에서 내려오는 빙하수가 다 먹을 수 있는 물이기 때문이다.
가다가 식수를 채우고 간다.
어디서나 보이는 락 블랑 봉우리
크로커스
콜대발므 언덕에 핀 아내모 내 꽃밭, 1219미터
콜데발므에서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길 오른쪽은 스위스, 왼쪽은 프랑스 국경지역인 콜데발므
라 푸리, 목장이었던 곳의 창고를 지나서 오른쪽으로는 스위스 지역인 트리앙이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지역
트리앙으로 넘어가지 않고 왼쪽으로 우회해서 콜 데포 세트(고개)로 간다.
가이드, 최송희 이사님 눈 위를 걸어가는 대열을 사진 찍는 중
알펜로제.
우리나라 철쭉꽃을 닮았으며 알프스 전역에 피는 꽃이다.
현지 가이드의 포즈
알프스 바람꽃이 하늘하늘
솔라넬다 알피나 꽃
봄이 오고 눈이 녹으면 그 자리에 피어나는 꽃
르투르 마을로 하산
샤모니에 있는 생미셀 성당
샤모니 중심상가에 있는 자 크발 마와 소쉬르의 동상
자크 발마가 가리키는 곳에 몽블랑이 있다.
최초의 몽블랑 등반 성공.
샤모니 시내에 있는 파카르 동상
샤모니 출신의 의사이자 과학자, 자크 발마와 몽블랑 최초 등반 성공
남 프랑스 샤모니 시가지 풍경,
등산장비와 겨울 스포츠의 모든 걸 판매하는 상점이 많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블랑트레킹 3일째(브레방 구간) (0) | 2018.07.01 |
---|---|
뚜르드 몽블랑(락블랑 구간) 2일째 (0) | 2018.06.30 |
동유럽의 가을 (0) | 2016.11.08 |
잘츠캄머굿(오스트리아) (0) | 2016.11.08 |
프라하(체코) (0) | 2016.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