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회향의 일화

반야화 2012. 5. 29. 12:57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  이때가 되면 저에게는 이번엔 어느 절로 가볼까 하고 근처에 절이 많아서 골라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은 진관사로 향하고 이말산을 넘고 들레길을 걸어 진관사에서 예불을 드리고 오니 3시간이 걸렸습니다. 오가는 길에서 찔레꽃 향기도 맡고 오월 끝자락의 향취를 느끼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밤에도 점등식이 보고 싶어 딸을 데리고 다시 진관사로 가서 공연도 끝까지 보고 왔습니다. 공연이라 해봐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모든 팀이 신도들로 구성되어 있고 외부에서 불러들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쁨이 충만한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문득 언젠가 스님께 들은 회향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너무나 재미있고 귀에 쏙 들어오는 법문이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되어 저도 회향하는 마음으로 널리 소개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회향이란 내가 닦은 공덕을  남까지 이롭게 하기 위해  널리 나누는 마음입니다. 옛날 어느 산골에, 아는 것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초파일이 되니까 모두들 잘 차려입고 공양물을 이고 절에 가는데 가난하고 무지한 한 여인은 너무 가난해서 불전도 없고 아무것도 가져갈 공양물이 없어 천장만 쳐다보고 누웠는데 벽에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거라도 부처님께 올려야 되겠다 싶어 광주리에 메주를 담아 이고 절로 가는데 산길을 한참이나 걸어가다 보니 소변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광주리를 내려놓고 소변을 보는데 눈앞에 산삼이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너무 좋아서 산삼을 캤지만 마땅히 감출 곳이 없어 저고리 앞 섶에 넣고 법당에 당도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예불 중에 스님이 자꾸 "삼 봐라, 삼 봐라"라고 하십니다.

 

보 회향 진언에 보면 "옴 삼마라 삼마라 미 만나 사라 마하 자거라 바 훔"이라고 되어 있는데 여인의 귀에는 스님이 앞 섶에 산삼이 있는 걸 다 아시고 "삼 봐라 삼 봐라" 하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산삼을 다 내어놓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것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나서 그 귀한 걸 혼자서 가질 수가 없어 임금님께 진상을 올립니다. 그랬더니 임금님은 출처를 알고 그 여인을 찾아 산삼보다 더 큰 상을 내립니다. 결론은 여인이 산삼을 혼자 가진 게 아니라 공양물로 내어놓았기 때문에 그것이 돌고 돌아 두루 이롭게 하면서 더 큰 복을 받은 셈입니다. 그러니까 공덕을 나누면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이치지요. 불자 여러분! 욕심과 이기심을 버리고 무한히 공덕을 쌓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보시 공덕을 쌓아 회향을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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