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소나무의 수난시대

반야화 2012. 5. 22. 18:12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다 좋아하는 면면히 이어져 온 사랑받는 나무다. 목재로는 궁궐을 받치는 기둥으로 쓰일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소나무가 인간세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해서 이제는 마치 소나무의 모양이 아파트의 가치를 가늠할 정도로 흔한 정원수가 되어버렸다. 산에서는 씨앗이 바위틈에 내리면 큰 바위를 쪼갤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런데 마을로 내려온 소나무는 생육조건이 맞지 않는지 잘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는데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선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에 개를 차에 달아매고 질주하다가 동물학대로 뭇매를 받는 사건이 있었다. 분명 동물학대다. 그런데 왜 식물 학대 죄는 없는 건가?

 

우리 마을에만 해도 이식한 소나무가 많이 죽어나간다. 유행처럼 심어지거 든 살리는 것도 책임을 져야 된다. 이곳에 이주한 지도 4년 차가 되었는데 그동안에 한 자리에서 3그루가 죽어나갔는데 같은 구덩이에 또 밀어 넣고 죽던지 살던지 한 번 심어지면 그만이다. 자꾸 죽으면 수종을 바꾸던지 해야지 아무리 조경회사와의 계약이 그렇다 하더라도 심어만 놓으면 그만이니 이것이 소나무의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동물처럼 꼭 피를 뚝뚝 흘리면서 죽어야만 동정을 받는 건가? 동물에 비해 몇 배는 더 세월을 먹었을 소나무인데 적어도 아파트 6층 높이면 100년 가까이 살았을 텐데 왜 옮겨와서 죽이는지 너무 속상한다. 그렇다면 죽어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목제로 쓰이던지 하면 좋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쓸모없도록 동강동강 잘라놓은 걸 보면 너무한다 싶다. 아파트마다 키 큰 소나무가 수도 없이 심어지는데 도대체 그 많은 소나무는 어디서 다 충당되는지 그것이 무척 궁금하다.

 

차라리 꽃도 피고 단풍도 좋은 벚나무나 백일을 꽃피우는 배롱나무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값이 더 비싼 게 이유일까? 가끔 관리비 내역서에서  잔고를 볼 때가 있는데 잔고가 많은 것이 마치 살림살이를 알뜰히 했다는 자랑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쌓이는 것보다는 효률적으로 쓸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소나무를 죽이는 일뿐 아니라 잔디 심은 곳에 잡풀이 무성해서 잔디도 죽고, 조경이 처음보다 더 아야 되는데 꽃도, 나무도, 잔디도 다 처음보다 못해지고 나쁘게 말하면 쑥대 밥 같다. 어쩌면 뉴타운의 슬로건처럼`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한 리조트 같은 생태 전원도시 `란 말처럼 너무 자연적이어서 잡초가 무성한 게아닌가 싶다. 조만간 식물 학대 죄도 만들어서 소나무가 제자리에서 무성히 잘 살아서 대한민국의 대표 수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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