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 11코스

반야화 2015. 9. 30. 12:39

2015년 9월 11일

 오늘은 제주 아카 자봉에 함께 걷기를 신청해서 11코스를 가는 날이다. 출발점에서 9시 30분까지 모이는데 출발점이 멀리 있을 때는 두 시간이 걸릴 때도 있지만 오늘은 제주터미널에서 약 한 시간이 걸리는 대정에 있는 하모 체육공원에서 출발한다. 아카 자봉과 함께 걷는 날은 중요한 걸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좋다. 사전 정보를 알고 가도 늘 한두 가지를 보지 못하고 지날 때가 있어서 후회가 될 때가 있다.좀 일찍 출발점에 도착했더니 벌써 몇 명이 도착해 있다. 오늘은 모이는 장소가 공원이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잠시 후 다 모이니까 총 18명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전국에서 모인 남녀노소의 길동무들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오늘 하루는 같은 길을 가는 한마음으로 긴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많은 이야기가 있고 처음 만났지만 대화가 통하면 친구처럼 다정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기도 하는 것이 올레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출발 후 첫 지점이 산이물공원인데 여기는 삼다도 소식이란 노래를 부른 황금심의 노래비가 있는 곳이다. 노래비 앞에는 4층으로 된 돌 의자가 있는데 앉으면 처음에 군가가 나오고 일어섰다가 다시 앉으면 또 다른 노래가 나오는 재미있는 곳이다. 삼다도 소식은 몇 번째 있는지 듣지 못하고 떠났다. 왜냐하면 이곳이 6.25 격전지 이기도 해서 당시의 군가도 나오지만 공원에는 참전 용사였던 한 할아버지가 공원의 유래를 들려주기 위해 대기하시는지 5분간만 연설을 하시겠다더니 길어져서 결국 노래 듣는 시간을 빼앗겨버린 셈이다. 다시 해변의 차도를 따라서 모슬봉으로 가는 길인데 제주에서 유일하게 논을 볼 수 있는 들판을 지난다. 밭에는 마늘심기가 한창이고 벼는 물이 마른논에서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겨우 한두 곳에 심어져 있는 논에서 나오는 쌀은 너무 귀해서 매일 밥상에 오르지 못하고 제삿밥 지을 때만 쓰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모슬봉 오르는 길에는 이지역 최대의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어서 묘지에 벌초가 한창이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지만 중턱까지 오르면 풍경이 너무 좋다. 제주에서 산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 한눈에 다 보이는 막힘없는 시야의 전망이 시원스러운 곳이다. 한라산, 단산, 송악산, 산방산이 보이고 서귀포 들판과 날씨가 맑아서 아스라이 형제섬까지 보였다. 여기서 중간 도장을 찍고 모슬봉 정상은 무엇 때문인지 갈 수 없다고 해서 하산해서 신평 곶자왈로 들어서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처음으로 맛보는 돔베 정식인데 미리 예약을 해서 돔베(도마)에 금방 삶은 것 같은 돼지고기와 정갈한 찬들이 맛도 좋은데 값도 7000원이면 착한 가격 같았다.

 

11코스는 거리는 짧은데 난이도가 상인 것은 신평 곶자왈을 지나는 길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거친 숲길이 길기도 하지만 돌길을 걷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위로는 키 큰 종가시 나무가 울창하고 나무 아래는 덩굴이 뒤엉키고 좁다란 길을 지나는데 한 줄로 늘어선 일행들의 모습까지 풍경이 되어 푸른 숲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곶자왈의 그림같이 이쁘게 보인다. 길게 이어진 길을 걷다가 어디쯤에선가 무릉 곶자왈이란 표지석이 나왔다. 그렇게 이어진 길이 약 6킬로는 된 것 같다. 긴 곶자왈을 다 빠져나오니 무릉마을 들길을 지나고 종착지인 무릉 생태학교에서 서로에게 격려를 하고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사람들은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고 함께한 친구에겐 올레길에서 낯선이 와 함께 걷는 경험이 되는 날이 되었다.

 

 

함께 걷기 대원들

산이물공원에 있는 환금심 노래비(삼다도 소식

 

 

 

 

 

제주 모슬포의 유일한 논이다.

 

모슬봉 가는 길

 

 

모슬봉에서 보이는 형제섬

신평리에 있는 돔베 정식

 

 

 

 

 

 

 

마늘심기

천주교 성지인 정난주 마리아 성지

 

 

연예인의 집이라고 하는 고급주택

 

 

 

 

 

신평 곶자왈

 

 

 

 

 

 

한라산의 구름

 

무릉 생태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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