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 10-1코스

반야화 2015. 9. 30. 12:40

2014.5.9일

 

올레 10-1코스를 가다

 

봄이 되면 철새처럼 찾아가는 곳이 제주가 되었다. 가파도는 날씨가 좋고 바람이 잔잔할 때 가는 게 좋기 때문에 첫날 가파도로 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를 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다.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마침 청보리 축제기간이지만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축제는 취소된 듯하고 보리는 곳곳에서 베어지고 있는 걸 보면  이곳의 보리는 탈곡해서 양식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축제가 끝나면 사료용이 되는지

아직 푸른데 베어진 자리가 보리밭의 흉터 같은 상처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가파도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양에 소개된 곳이라고 한다. 1653년 네덜란드 선박이 제주도에서 표류하게 되고 선원인 하멜이 `화란선 제주도 난파기`와 `조선국기`를 저술함으로써 처음으로 서양에 우리나라가 알려지게 되었다는 역사적인 섬이기도 하다. 섬은 보리밭이 18만 평이나 된다 하니 해마다 이맘때면 청보리가 주인이고 사람은 축제의 들러리가 되어 청초하고도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면서 바닷가에 소박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정겹다. 작은 마을이지만 집집마다 이쁜 화단이 정성스럽고 나지막한 울타리 너머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보리밭은 오늘처럼 날씨 좋은 날 봐야 제격이다.바다는 잉크를 풀어놓은 듯하고 청보리는 빛을 받아서 초록 윤기가 반지르한데 멀리 원경으로 보이는 산방산을 앞세웠다가 뒤세우면서 걷는 길에 한 두 사람 보이는 뒷모습은 보리밭의 꽃처럼 이름답게 보인다. 그런 가운데 풍차의 바람이 파아란 보리밭에 파문을 만들며 지평선 같은 보리밭에 퍼 저나 가고 보리는 파도를 타며 율동을 하고 있는데 저 깊은 바다의 통곡은 보리는 알지 못한다. 바람 때문에 울고 바람 때문에 웃는 곳이 제주도다.

 

이날은 좀 더운 날씨지만 바람이 있어 기분 좋게 섬 전체를 3시간가량 걸었다. 찔레꽃 향기를 담은 바람 따라 하동포구 해변을 걷는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자라 돔을 실은 배가 들어오자 어부는 고동소리를 내고 관광객과 상인들이 모여든다. 살아있는 자리돔을 처음으로 봤다. 그뿐 아니라 해삼 멍게도 너무 싱싱해서 사고 싶었지만 나그네는 맛있는 것도 짐이 된다. 오직 오감으로 풍경만을 담을 수 있다.

 

나 홀로 걷는 이 길이 물속에서, 물 위에서 통곡의 이별을 하는 부모 자식 간의 슬픔이 묻어나서 보리밭만큼 청청하지 못하고 군데군데 베어낸 보리밭 흉터 같은 마음을 안고 다시 그 깊은 바다를 건너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2018.3.14일 2차

처음 갔을 때보다 너무 안 좋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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