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 10코스

반야화 2015. 9. 30. 12:40

 2013.4.5일

코스: 태적 암-산방연대-설큼 바당-사계포구-사계 화석 발견지-송악산 휴게소-송악산 압구-알뜨르 비행장-하모해수욕장-모슬포항

 

유홍준 씨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에서 밝힌 가장 좋다고 하는 곳이라 그쪽으로 떠난다.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평화로행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서 화순리에서 하차, 산방산을 기준으로 첫 코스로 들어섰다.시작점, 화순리 해변가 퇴적암에서 솟아오른 바닷속이 고스란히 굳어 돌이 된 것을 관찰하면서 수만 년 전의 시간과 마주하고 신비로움에 젖어 있다가 해변가를 걷는데 검은 모래밭에 푹푹 빠지는 걸음걸이로 발걸음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걸었다. 지난번 올레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떻게 될지 몰라 너무 빠르게 걸어서 발에 물집이 생겨 고생했는데 요즘은 해도 길어졌고 해서 오늘은 느리게 걸으면서 즐기면서 걷기로 했다.

 

올레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언제나 올레꾼들이 북적일 것 같지만 오늘도 난 한적한 길을 홀로 걸어가며 앞으로 나머지 인생은 모레 밭을 걷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마음이 바빠도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여유로움으로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건 지금부터다. 난 지금 올레 10코스에 겹쳐진 산방산  둘레길을 걷고 나서 용머리 해변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고 느낌이 일면 메모도 하고 젖은 땀을 식히고 한참 여유를 부리고 있다. 길게 이어진 올레를 걸으면서 바다와 오름과 꽃들을 보면서 느끼는 이 모든 인식들을 느낀 만큼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칠 때 쓰이는 대명사,`아름다움`이란 말이 있다. 그 포괄적인 표현이 있어 그 속에 느낌을 넣고 나면 그다음은 보고 듣는 사람들이 유추해내는 추상화 감상 같은 것이다.

 

한반도 최남단 산이라고 하는 송악산에 오르면 멀리에 마라도와 가파도가 바라 보이고 형제 섬도 보인다. 모레는 가파도 저곳으로 간다. 오늘은 바다에 떠 있는 돌덩이 같지만 그곳에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이 있겠지. 송악산 굽이 구이 돌다 보면 풀을 뜯는 기름진 어미 말 옆에는 이쁜 새끼들이 초원에 뛰노는 모습이 있고 해송 산책로의 갈잎을 밟으면 그 푸근함에 부르튼 발바닥을 쉬게도 되고 또 솔향은 왜 그리 좋은지..........

송악산을 다 돌고 내려오면 드넓은 초원이 있는데 일제가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인 비행장이었던 알뜨르 비행장이 있다. 빈터 일부는 주민들이 감자를 심어 새파란 감자밭이 펼쳐져 있다. 이 근처에는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어 길동무가 된다. 낯선 곳에 혼자 있으면 장소에 따라 너무 한적해서 두려울 때가 있는데 오늘도 좋은 길동무를 만나 끝 지점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동무가 되어준 어느 학생에게 진정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그렇게 장장 6시간을 걸었다..

 

 

 

 

 

 

 

 

 

 

 

 

 

 

 

 

 

 

 

 

 

 

 

 

 

섯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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