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4
7월 31일에서 8월 10일까지, 8코스부터 시작한다.
삼복더위 중에서도 가장 혹서기인 기간을 그늘도 없는 뙤약볕에 올레길을 걸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사정이 그러하니 어쩌랴! 전에도 한여름은 피해왔는데,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구름 한점도 없다. 제주에서 서귀포까지는 2시간을 잡고 나서야 되는데 늦을 것 같아서 서귀포 중문우체국 앞에서 시작점까지 택시를 탔는데 제주 아저씨들도 올레길 지점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늦을까 봐 택시를 탔는데 이분이 시작점의 반대방향으로 갔다. 마음은 급한데 하필이면 길을 모르는 아저씨라니, 네비를 켜고 가면 될 것을 네비가 익숙지 않은 나이 지긋한 분이어서.....
일행들한테 늦어서 너무 미안한데 어린아이 하나가 걱정스럽게 끼어 있어서 늦은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알고 보니 여행 경험도 많고 올레길도 처음은 아니라니 다행인데 걷다 보니 어른보다 더 잘 걸어서 괜한 기우였다. 아외낭목에서 시작해서 조금 걸으니 바로 유명한 약천사가 나온다. 제주에 그렇게 큰 절이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법당이 동양 최대라고 하고 주불인 비로자나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불이라고 해서 그 규모와 웅장한 전각들이 무척 놀라웠다. 마침 방학이어서 템플스테이가 진행 중인데 서귀포 바다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경치 좋고 한적한 곳이어서 참가자들이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았다.
약천사 뒤쪽으로 산길을 걸어 나가면 대포포구를 지나 중문 바닷가의 해변 산책로가 참 좋다. 처음으로 보는 노란 무궁화도 만나고 지금 제주 곳곳을 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는 유도화와 용설란 꽃도 볼 수 있는데 용설란 꽃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귀한 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셈이다. 노란 무궁화인 황근은 멸종위기종을 제주에서 재배 성공했다고 하고 용설란 꽃은 백 년에 한 번 핀다고 한다. 그런데 유도화는 꽃은 너무 아름다운데 독이 있어서 함부로 만지면 큰일 나는 꽃이라 하니 아름답다고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듯한 꽃이다. 다 여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꽃을 만나니 이 얼마나 보람된 행보인가 싶었다. 중문을 다 돌아 나가면 베릿내오름으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다른 오름과 다르게 데크로 된 산책로가 아주 잘 되어 있는데 아마도 근처 휴양지의 숙박인들이 걸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한 것 같았다.
8코스는 중문 관광단지를 다 돌아 나가는 코스여서 일류 호텔의 겉만 보고 지나는 주마간산 격이지만 주변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색달 해수욕장이 바다의 물빛이 옥색이고 백사장이 고와서 그곳에 풍덩 빠져서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마음 다 거두어 안고 차도를 따라 한참 걸으면 예례동 지나 예례 생태숲에 이른다. 발원지가 어디인 줄은 모르나 이 더운 여름에 제주에서 만나기 힘든 맑고 깊은 물줄기가 파란 생태숲을 가로지르며 콸콸콸 흘러간다. 그 좋은 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려는 사람들을 보채고 달래서 일부는 그늘에 쉬게 하고 셋은 발을 담갔다. 얼마나 차갑고 좋은지 아스팔트 길을 걸으면서 불이 날 것 같던 발바닥을 시원하게 풀어주어 발을 대접했다. 그래야 나머지 길을 다 걸을 수 있을 테니까.
뉴스로만 들었던 일이 나에게 생긴 것일까 염려되는 날이었다. 뜨거운 날의 첫행보여서 그런지 다 적신 옷을 입고 차가운 에어컨이 켜진 식당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한기가 들고 얼굴이 창백해져서 옆 사람들이 더 놀랐다. 그때 대구에서 온 아가씨가 바람막이 옷을 주어서 입고 따뜻한 물과 밥을 먹고 나니까 다행히 좋아졌다. 중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점점 상태가 회복되어서 완주하기로 하고 걸었는데 에례생태숲의 이어지는 맑은 물줄기와 환경이 너무 좋아서 덩달아 기분까지 확 바뀌면서 몸 상태도 무척 좋아졌다. 역시 몸은 마음이 다스리는 게 맞아. 그 좋은 물줄기는 아주 길게 이어져 끝 지점인 논짓물까지 이어지고 논짓물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 터거 되었다.
일기예보는 내가 머무는 동안 계속 구름도 없는 맑은 날씨란다 맑은 날씨가 반갑지 않을 때도 다 있구나 싶었다.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아외낭목과 열매
유명한 약천사 자세히 살펴보고 싶지만 혼자가 이 니니까 다음에 보자.
노란 무궁
병솔나무 열매인데 아래의 병 솔 꽃도 길더니 열매도 길게 달렸다.
어른보다 더 여행 경험이 많은 아이
용설란꽃
동백열매가 한창이다
유도화(협죽도)가 제주 전역에 화려하게 피어 있다.
배릿내 오름 올라가는 길
베릿내오름을 내려오니 아카 자봉 봉사자의
친구분이 음료수를 한 바구니 가져와서 우리는 생명수처럼 나누어 먹었다.
이경혜 씨, 너무 감사했습니다.
신라호텔 옆 큰 계곡물 베릿내오름을 오르지 않은 분들이 쉬던 곳
여기도 그늘이 너무 좋았는데 올레꾼은 피서지는 역시 피해 나간다.
중문 색달 해수욕장
예례 생태숲
최고의 피서지는 다리 밑인데 이곳에는 아주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우리는 언제나 피서지를 피해 다니는 올렛꾼이다.
날은 덥고 물은 맑아서 옷을 다 적셨다. 어차피 땀으로 다 젖은 걸.
대구에서 온 아가씨
애기 범부채꽃
용천수인 민물 놀이터인 논짓물, 이곳까지 예레 생태숲의 물길이 이어져 있다.
'제주의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7코스 (0) | 2015.09.30 |
---|---|
제주올레 7-1코스 (0) | 2015.09.30 |
제주올레 9코스 (0) | 2015.09.30 |
제주올레 10코스 (0) | 2015.09.30 |
제주올레 10-1코스 (0) | 2015.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