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5.11일
올레길 9번째 길 외 돌게 코스: 외돌게---돔배낭길---수봉로--법환포구--강정 바당올레--약근천 다리--강정천--월평포구--월평마을 아외낭목
외돌게 코스는 미리 가 본 사람들이 극찬하는 곳이다. 직접 가서 보면 긴 올레길 중에 외돌게 가 있는 바닷가 돔베낭길을 빼면 비슷하다. 올레길은 거의가 다 인생행로처럼 쉬운 길, 어려운 길, 행복한 길이 고루 섞여 있다. 버스에서 내려 약간 밑으로 내려서면 외돌게 바위가 시선을 확 잡아끌 돔베낭길이 아름답게 이어지는데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은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우람한 해송들이 멋진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 어서 더욱 좋다. 이 날따라 들머리에서부터 날씨가 좋아서 맑고 푸른 하늘이 바다색이라 아래위가 다 바다 같다. 그런가 하면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바람도 좋고 초록이 눈부신 반듯한 절벽들이 특별한 무아지경의 코스다. 난 걸으면서 향이 너무 좋아 들숨 날숨으로는 부족해서 그 맛있는 향을 꿀꺽꿀꺽 삼키면서 걸었다.
외돌게는 외롭게 홀로 서있는 바위라는 뜻이지만 이제는 올레꾼들의 등살에 "나 다시 외로워질래" 하고 외치는 듯했다. 그 몽환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마을길로 접어들면 사람 냄새가 나다가 둥글게 돌아 다시 바닷가로 접어들어 법환포구와 해녀마을 길을 한참 걷는다. 끝없이 긴 수평선 따라 걷다가 모서리가 깎인 바윗돌에 앉아 커피와 간식을 먹고, 글을 쓰면서 바다와 마주하는 시간이 참 좋다. 올레 7코스에 강정마을이 있었다. 그렇게도 말이 많던 그 마을을 내가 간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그 길에 들어서니 얼마나 힘들게 투쟁을 했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상처로 남아 있었다. 건설기지를 둘러싼 긴 길에는 파랗고 노란 발자국들을 페인 프로 찍어두었는데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인간띠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지금은 강정마을이 조용하고 마늘 향만이 풋풋하면서도 아리게 그들의 마음을 세러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강정마을 지나면 끝 지점인 월평마을이 나오고 들머리에서 보면 한라산이 동에서 서쪽까지 오름을 안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다 보인다.
참 많이도 걸었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바위돌에 앉아 멀리 희미한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양말까지 다 벗고는 고생한 발에 풍욕을 시키고 주무르면서 조금만 더 부르트지 말고 참으라고 다독이고 나서 다시 간식을 먹고 월평마을을 지나 버스를 타고 지나온 길을 되짚으며 조용히 눈을 는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문구가 조개껍질에도 있고 아직도 찢어진 플래카드와
반대의 목소리가 마을을 지키고 있지만 공사는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