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1일
코스: 남원포구-큰엉 입구-종정 태웃개-위미 동백나무 군락-조배 머들 코지-넘 빌레-망장포-예촌망-쇠소깍
오늘도 날씨는 쾌청, 이렇게 좋은 날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또 길을 나선다. 궂은날이 많은 제주에서 여행객에게 가장 변수가 많은 건 날씨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지는 않은데 제주 체류 6일째 계속 날씨가 좋다. 그동안 함께 걷기를 통해서 걸었는데 오늘은 그 팀에서 만난 분하고 둘이 걷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길동무가 되어 낯선 길을 함께 떠날 수 있는 것은 제주올레에서는 흔하고 가능한 일이다. 어제 함께 걷기에서 만난 대구에서 온 비슷한 연배의 길동무를 만나 둘이 걷기로 하고 만났다. 오늘은 남원포구에서 시작해서 쇠소깍에서 끝나는 비교적 짧은 코스로 14.4킬로다. 제주터미널에서 남조로행 버스 730번을 타고 남원포구에서 하차해서 바닷가로 쭉 나가면 시작점이 나온다. 가장 먼저 큰엉 입구에 접어드는데 이곳은 5코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절벽이 1.5킬로미터나 이어지고 큰 바위가 바다를 향해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어 큰엉(큰 바위)라고 한다. 좁다란 길 양편으로 보리수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마주 우거져 한참 걷다 보면 바다 쪽으로 시야 공간이 우리나라 지도 모양으로 보인다.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곳인데 그 지점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어서 다시 보면 영락없는 지도 모양이 드러난다.
큰엉 해안절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하면 선광사가 있는 남원읍 위미리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돌아 나가면 동백나무 군락이 나오는데 꽃이 연상되는 동백나무가 고목이어서 늦은 겨울이면 꽃이 피어 이곳도 장관일 것 같은데 지금은 짙은 잎만 무성하다. 돌고 돌아도 위미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위미리가 이어지다가 위미리항과 조금 떨어진 마을 쪽으로 조배머들코지가 있다. 검은 기암은 주로 바닷가에 있는데 이곳은 마을 쪽으로 우뚝하게 솟아 있어서 시선을 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마을의 번성과 인재의 출현을 기대하는 신앙적인 곳이라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일재 시대 일본인 풍수가 이 거석들을 보고 한라산의 정기가 모아져 위미리에 훌륭한 인물이 대를 이를 것으로 판단해 마을의 유력한 집을 찾아가 거짓말로 꾀인다. 이 괴석을 그대로 두면 가세가 기울어지고 안 좋은 일이 생기니 바위를 파괴해야 한다고, 이 말에 속은 김 씨라는 사람이 석공을 동원해 파괴했는데 그 후로는 촉망받는 인물이 나오면 단명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말이 전해졌으나 요즘은 복원된 상태로 위미리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기원을 바라는 곳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머들 코지를 돌아 바닷가 나가면 다시 길게 해안선이 이어지는데 이쁜 집 안 울타리에는 고목 같은 선인장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너무 커서 화초라기보다는 나무 같았다. 좀 더 해안선 따라 걸으면 이쁜 카페들이 몇 개나 있고 카페 서연 옆에는 사진갤러리인 `마음빛 그라미`가 있다 이곳은 경북 봉화에 있는 대안학교 부설이며 누구나 사진으로 참여할 수 있고 전시도 해주는 사진으로 이야기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주인장한테 시원한 물 한 잔을 얻어마시고 망장포 예촌망을 지나 마지막 코스인 쇠소깍까지, 오늘은 길을 헤매지도 않고 정석으로 잘 찾아갔다.
이렇게 여러 날을 걷고 나면 쉬어야 할 즘에 이상하게도 비가 오네, 내일은 비 예보가 있어서 하루 쉬고 다음 일정을 정해야겠다.
으아리 꽃
신광사
조배 머들 코지
꽃댕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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