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8.17일
제주올레 6코스는 유명한 관광 명소인 쇠소깍에서 시작해서 역시 명소인 외돌 게에서 끝나는 난이도 하인 14킬로 미터다.
터미널에서 730번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 두레 빌라 정류소에서 내리면 시작점 찾아가는 길이 좀 멀다. 그러나 찾기는 쉬운 곳이다. 쇠소깍에 도착하니까 아침인데도 빈틈없이 차들이 늘어서 있다.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면 먼길 힘들게 동행하다 보면 어느새 반가운 마음이 된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났고 처음 나온 사람도 있어서 처음엔 8명이 걷다가 중간에 4 사람 빠지고 넷은 완주를 했다. 요즘처럼 더울 땐 완주가 쉽지는 않다. 쇠소깍을 빠져나오면 귤 상자에서 많이 본 지명인 효돈리다. 효돈리 해변 도로를 해를 안고 걷다 보면 처음 만나는 곳이 생이 돌인데 생이는 새를 뜻하며 바위의 모습이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생이 돌을 지나면 섶섬이 바로 가까이에서 보는 곳이다. 좀 멀리에는 문섬이 있고 이 두 섬을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걷는 길이다. 바람은 별로 없는데 섶섬에는 하얀 파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부딪쳐 온다. 그 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파도가 높이 한 번 굽이 칠 때는 아주 깨끗한 옥색이어서 자꾸 뒤돌아 파도를 느끼면서 간다.
섶섬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제지기 오름이 섶섬과 닮은꼴로 위치하고 있다. 오름을 우회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꼭 나중에 후회하게 돼서 좀 힘들어도 올라가 봐야 된다. 제주는 오름이 높진 않지만 정상에서 보면 바다와 들판과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촌락이 참 이쁘다. 여기서 풍경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내려오니까 쉰다리 쉼터가 있는데 제주를 잘 아는 사람이 동행해서 음료를 사주셨다. 단술 같기도 하고 동동주 같기도 한데 마시는 잔도 양재기에 따라 주어서 마치 동동주를 마시는 기분으로 맛있게 마셨다. 누룩이 들어가서 그런지 맛도 단술과 동동주가 섞인 듯한 달콤하면서도 술맛 비슷하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물 종류는 무엇이든 다 달기 마련이다.
제지기오름을 다 내려와서 다시 해변을 걸으면서 포구 두 개를 지나게 되는데 보목포구와 구두미 포구다. 이 길이 해를 안고 가는 길이어서 좀 힘든 코스다. 힘들게 터덜터덜 해변도로를 걷는데 중간에 물 만난 고기가 된다. 길가 언덕에서 민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마치 인공폭포처럼 쏟아져서 거기서 옷을 거의 다 적시고 목에 손수건도 시원하게 적셔서 다시 감고 걸으니 잠시는 시원해서 너무 좋았다. 땀을 식히고 조금 더 걸으면 포구가 끝날 즘에 소천지로 가는 이쁜 해안 숲길이 이어지다가 소천지로 내려가 또 물을 마시면서 쉬는데 소천지는 바위 형태와 갇힌 물이 마치 백두산 천지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도 소정방폭포가 있고 올레 사무국이 있는 곳까지가 바닷길이다. 바다는 원 없이 본다. 아직 소정방 폭포가 있는 곳까지 해를 안고 해안을 더 걸어야 된다. 이제는 바다가 별로 좋다는 생각도 없이 맥없이 걷는다. 그렇게 소정방 근처까지 왔다.
소정방은 폭포는 그리 멋진 곳은 아니지만 물 떨어지는 바다가 너무 좋은 곳이다. 우리는 폭포 위에 계곡물이 폭포로 흘러드는 곳에서 발을 담갔는데 그 물이 어찌나 차던지 오래 담그기 내기를 했다. 일 분도 있을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기로 했는데 난 꼴찌를 면했다. 젖은 발에 양말을 신고 내려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속 시원한 소정방 절벽과 짙푸른 바닷물이 절벽에다 사포질을 한 것처럼 반들반들하게 깎아내린 멋진 곳이다. 높고 매끈한 절벽 아래 짙푸른 옥색 바다, 이제는 저 정도는 돼야 바다같이 보일만큼 바닷길을 많이 걷는다. 여기서부터 A와 B 코스로 나뉘는데 우리는 천지연 위로 올라가는 곳이 궁금해서 B코스를 택했다.
올레길은 책을 보는 것과도 닮았다. 책은 절대로 중간에 덮어버리는 일 없이 뒷장들의 내용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되듯이 올레길도 앞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지고 어떤 경로를 지나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난 언제나 완주를 목표로 길을 걷는다. 그렇듯이 이제까지 천지연은 몇 번을 갔었지만 폭포 위쪽은 밑에서 보이지 않는데 그 위로 올라가면 어떤 곳이 나올까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폭포 바로 위에 서는 게 아니라 폭포 위쪽으로 차도가 있고 남성마을로 연결된다. 이 마을은 지대가 높아서 천지연에서는 보이지 않고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없는 곳인데 올라와 보니 큰 마을이 있고 폭포 위 산책로에는 바로 폭포와 접근은 아니지만 숲이 있는 공원 같은 곳이었다. 여기서 이제 끝 지점인 외돌게 뒤에 우뚝한 삼매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삼매봉도 오름인데 제주에서는 보통 분화구가 없는 오름은 무슨 봉이라고 부른다. 삼매봉 역시 편의시설을 갖춘 공원처럼 꾸며 놓아서 외돌게 바다도 보이고 조망이 좋은 곳이었다. 삼매봉에 도달하고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오늘 하루도 끝까지 뜨겁게 뜨겁게 해냈다.
생이 돌
제지기오름
제지기오름 산책로
오름에서 보는 풍경
쉳다리쉼터에서 맛보는 막걸리
천지연의 여유로운 백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