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속없는 아가씨 얼레지

반야화 2025. 4. 18. 11:37

정년을 퇴직한 주부가 집안행사를 체크하는 것보다 자연의 행사를 더 체크하며 날자를 기다린다. 언제 어디를 가야 되는지 그날을 체크하고 찾아다니는 게 일과라니, 집안에서 내 역할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남는 시간은 오직 내 행복을 찾아다니는 날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으냐.

봄의 연중행사에서 빠진 적이 없는 것이 노루귀와 얼레지를 보는 것이다 올봄도 두 가지를 다 봤다. 노루귀는 다소곳이 얼굴을 숙이고 있는 얌전한 아가씨라면 얼레지는 속없는 아가씨다. 저렇게 속을 다 보여주면 어쩌자는 건지, 발랄하고 깜찍한 얼레지의 속을 살펴보면 참 이쁘고도 귀엽다. 긴 꽃술 끝에 까만 씨방을 달고 있으며 분홍얼굴에 하얀 분을 바른 듯이 흰 부분이 있고 거기에 또 이쁜 무늬를 만든다. 여섯 장의 꽃잎 흰 부분에는 W자로 보라색 무늬가 있다. 자세히 봐야 이쁘다는 나태주시인의 말처럼 작은 꽃들은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봐야 생김새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그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지난해 흰 얼레지를 보고 나서 잊지 않고 일 년을 기다렸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온전한 팀으로 찾아갔건만 흰 얼레지는 볼 수 없었다. 워낙 보기 힘든 것이라고도 하지만 확률로 봐도 기대는 무리였다. 넓게 분포된 터에 분홍은 흔할 만큼 많은데 흰 건 딱 한 포기였으니 그것이 기후의 악조간을 다 이겨내고 다시 나온다는 건 행운이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면서 갔지만 너무 허무했다. 그때도 흰 얼레지의 속을 보고 싶은 끈기로 몇시간을 기다린 끝에 볼 수 있었다. 꼭 다물고 있는 잎자루가 열리 때까지 기다렸는데 금방 잎을 연 것이어서 미쳐 까아만 무늬가 생기기도 전이었다. 올해는 이쁜 무늬까지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갔으나 실패했다. 아마 내년에도 기대를 이어갈 것 같다.다시보자 얼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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