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바다하고만 놀다가 어제는 해운대에 위치한 장산으로 갔다. 부산에서 12일 예정으로 머물고 있는데 구일동안 저녁때가 되면 해변을 걷고 화려한 광안리 밤바다를 바라보다가 짙어져 있는 숲에 찾아들어 푸르름을 깊이 호흡하고 싶어 숲으로 갔는데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바다는 바라보는 맛이 좋고 산은 온몸으로 그 속에 깊이 들어가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딸네 집에선 거실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광안대교가 길게 막고 있어서 대교가 마치 수평선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잘린 바다가 밤이 되면 부산의 젊음을 다 불러내고 관광객과 어우러진 해변 이벤트가 열리는데 그 또한 볼거리다.
반복되는 바다의 날들을 뒤로하고 자연의 맛을 너무 잘 알고 그 맛에 길들여진 내 몸이 숲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정상의 조망이 좋기로 소문난 장산을 찾았더니 정상은 가봐야 알겠지만 난 산자락이 펼치고 있는 두 개의 공원을 통과하면서 바다로만 채워졌던 부산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장산역 10번 출구에서 걸어서 가는데 직진길에고 산이 보여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점도 좋다.
장산을 오르기 위해서 통과하는 대천공원과 체육공원이란 두 개의 공원을 통과하는데 마침 전날에 비가 많이 와서 계곡의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옥빛으로 흐르고 있었으며 대천공원에서 체육공원까지의 생태숲길이 너무 좋아서 산을 오르지 않아도 마음이 공원에 잡혀버릴 것 같았다. 숲을 잘 가꾸어 놓았다기보다는 생태적인 자연의 모습이 더 좋았다. 그리고 곳곳에 쉼터며 놀자리가 참 많이 마련되어 있어서 마냥 놀기 좋아서 나도 하산 후에 한참을 계곡에서 쉬다가 왔다.
한동안 낮은 야산만 가다가 오랜만에 640미터의 비교적 높은 산에 올랐더니 역시 풍경이 달랐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정상에서 보이는 360도로 도시가 둘러서 있는 그 가운데 있는 장산은 부산을 거의 다 보는 것 같았다. 해발이라고 하면 바다를 기준으로 높이를 측정하는데 바로 그 해발의 기준점에서 출발하는 바닷가 산은 높이를 조금도 깎아주지 않아서 온전히 그 높이를 올라야 된다. 그랬더니 자고 나니 그 높이를 실감하게 하는 뻐근함이 기분이 좋다.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천공원의 솔밭
계곡물이 너무 많고 맑다.
양운폭포, 장산계곡과 구곡계곡의 두 물줄기가 합해져 하나가 되어 흐르는 폭포이며 높이가 9미터나 된다고 하니 그 앞에 서면 엄청난 소리를 낸다. 물보라가 구름처럼 휘날리는 듯하다고 양운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아래위에는 계단식 폭포가 많고 계곡 물이 무척 깊은 곳도 있다.

너덜겅(돌이 흩어져 깔려있는 비탈)
안내판에 보면 장산은 백악기 말에 격렬한 화산활동이 일어났고 당시에 분출된 화산재, 용암 화쇄류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산비탈에는 많은 돌밭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나무가 자란 틈도 거의 돌밭으로 보였다. 오랜 시간 풍화작용과 암석의 틈을 따라 깨진 후 경사면을 따라 아래로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하니 예사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는 백악기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

너덜겅은 자세히 보면 산비탈이 다 돌산이다.

올라갈 때는 더 긴 코스로 올랐다가 하산할 때는 임도 같은 편한 산길인 억새밭 코스로 내려왔다. 길이 편하다.
억새밭
심우정


해운대와 광안대교가 보인다.
구름에 휩싸인 마린시티가 멋지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룡사, 홍룡폭포(양산 천성산) (0) | 2025.05.19 |
---|---|
속없는 아가씨 얼레지 (0) | 2025.04.18 |
벚꽃앤딩 (0) | 2025.04.13 |
문경투어 (2) | 2025.04.08 |
노루귀의 귀환 (0) | 2025.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