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오월이여 안녕

반야화 2025. 6. 1. 12:32

온산천에 순수의 향기를 뿌리던 나의 계절 오월이 떠나는 마지막날, 매정하게도 하얀 그의 정체성을 다 쏟아낸 꽃가루 위로 잡히지 않으려고 형체도 없이 바람을 불러 타고  떠나가고 있네. 어린아이처럼 봄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매달리며 애원하는 마음을 뿌리치며 떠나가지만 잡지도 못하고 찐득한 속울음만 운다.

아카시아도, 떼죽도 떠나고, 찔레꽃
마저 향기를 거두어 떠니 버린 후 오월의 자치는 어디에도 머문 적 없는 듯이 하얀꽃을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말라가는 누런 꽃잎에서도 향기가 배어있어 작별의 인사 같은 여운을 준다.

푸르름은 더욱 짙어져 있지만 온몸에 스며들던 오월의 향기만은 못하다. 숲 속을 걸으면 흰꽃들이 내뿜는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그 향을 맡아보지 못한 채 여름을 맛는이는 사람들은 왜 그토록 오월을 찬미하는지 모를 것이다.

오월의 마지막날 계절의 여왕이 남긴 하얀 부스러기를 밟으며 쓸쓸히 유월 곁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난데없이 어디선가 익숙한 향기의 잔해 같은 것이 스민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음미하며 둘러보니 쥐똥나무   향기였다. 그래, 너라도 조금만 더 있어줘.

꽃향기라고 해서 끊임없이 이어져 뿜어내는 건 아니다. 바람이 잔잔할 때는 발밑에서, 바람이 강할 때는 멀리서 날아오는데 문득 어느 들숨에서 홀연히 느껴질 때가 그것이 향기인 줄 안다. 계속 난다면 향기라고 부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태백은 늦은 봄날 아름다운 복사꽃과 자두 꽃이 시들 것을 근심하여, 좋은 계절이 너무나 아까우니 밤에도 촛불을 들고 놀자고 하였다니, 그것은 무정하기 그지없는 시간의 힘에 대한 시인의
한탄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산에서 이쁜 꽃들을 보고 돌아온 날은 깜깜한 밤에도 꽃들이 그렇게 고울까 생각할 때가 있다.

오월 마지막날 수락산 둘레길에서 오월을 배웅하고 왔다.

이 많던 떼죽꽃들이 다 떠났다.

오월의 잔해, 이렇게 흰 쌀 같은 꽃잎들을 벗어놓고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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