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문경투어

반야화 2025. 4. 8. 07:26

코스: 김룡사-대성암-화장암-돌리네 습지-소야벚꽃길,
봄이란 올 때는 더디고 갈 때는 쏜살같아한 철 꽃지고 나면 하룻밤 일장춘몽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중에도 깨어 있는 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인가? 달력 속의 빼곡한 일정이 마음을 바쁘게 하지만 봄 속에 있다는 것이 그래도 너무 좋다.

한참 전에 받아놓은 문경으로의 여행인데 경북지방에 산불이 난 후여서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차가 경북으로 갈수록 혹시 불탄 흔적이 보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보는 것이 괴로워질 뿐 아니리 자칫 여행하는 마음에 상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창밖을 주시했지만 다행히 문경 쪽은 무사한 것 같아서 마음 편히 문경시내를 통과하고 목적지로 깊숙이 들어갔다.

*운달산 금룡사 홍하문*
이번에 가는 여행지는 존재도 몰랐던 산사의 봄을 찾아가는 길이다. 먼저 김룡사로 가는 길은 문경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50분 정도를 달리면 목적지가 나온다. 절아래 주차장에서 멀지 않아 바로 일주문이 나온다. 어디를 가든 보고 싶은 걸 보기 위해서 때를 맞춘다는 것이 참 어렵다. 때로는 아쉬움이 남아  다시 와야지 하면서도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봄이 짙어져 있으려니 했더니 문경의 산속 깊숙이 들어간 김령사의 봄은 이제 겨우 선잠 깬 초목들이 아직 연두색도 입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사찰 뒤편에 홍매 한 그루가 이제 만개해서 사찰을 화사하게 밝히고 있었다.

문경시내를 벗어나 김령사로 가는 길은  2차선 좁다란 차도에 시골길 같지 않은 오래된 느티나무 가로수가 잘 가꾸어져 있어 초록이 무성하면 차도가 무척 멋져 보일 것 같았다. 그 길 끝에 운달산이 우뚝한 배경이 되고  아래는 운달계곡이 흐르는 산중턱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산사는 도심에서 너무 먼 산중이어서 간절한 신심으로도 찾아들기 쉽지 않아 보였다. 더구나 교통편도 없는 곳 같아서 찾는 이 없어 고요에 묻힌 절간에 모처럼 찾아든 사람들의 발소리가  반갑기도 했겠다고 착각도 해본다.

경내로 들어가는 보장문,
누군가 찾아들어 나른한 한나절을 깨워줄 전각의 봄에 가끔 들썩이는 시간을 기다리지나 않았을까? 봄은 무르익지 않았지만 주위 환경에서 봄에 싸여 있을 경내를 연상작용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끼 수 있었고 울울 창창 숲이 깊은 산사의 이른 봄에 스며드는 시간이 참 포근했다.

보장문 밖에는 고목이 된 수양벚
나무가 꽃망울을 가득 달고 있다.
저 꽃망울이 활짝 열리면 일대 장관을 이룰 텐데 그 멋진 모습을 못 보는 것이 너무 아쉽다.

김룡사안내문,
588년 운달대사가 창건하여 운봉사라 했다. 1625년 혜총이 중창하고 소실된 것을 1646년 의윤과 무진이 중수했다. 절 이름을 김룡사라 한 것은 문희(지금의 문경) 부사 김 씨가 이 산에 불공을 드려 신녀와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의 이름을 용이라 했더니 가문이 번창하므로 이에 불공드렸던 곳을 김룡 동이라 하고, 운봉사를 김룡사로 바꾸어 불렀다고 한다. 또한 금선대의 금자와 용소폭포의 용자를 따서 금룡사라 했다는 일설도 있다. 대웅전·극락전·응징전·금륜전·명부전·상원 전 등 전각 48동이 있다. 절 입구에 '경흥강원'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이 있는데 이는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온돌방으로서 자연지층을 그대로 이용하여 건축한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31 본산의 하나로 50개의 말사를 거느린 큰 절이었으나 현재는 직지사의 말사이다.




전각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지 못하고 서성이는데 대웅전 안에는 마침 예불 중이어서 밖에서만 일 배를 하고 돌아 나왔다. 이런 것이  단체여행의 단점이다. 불상 뒤에는 보물로 지정된 석가모니 괘불탱화가 걸려 있는데 그것만 봤다.

김용사에서 산길 따라 더 깊숙이 가파르게 올리가면 부속암자인 대성암을 거쳐 화장암으로 간다.


김룡사에서 약 8분 정도 올라가면 대성암이 있고 거기서 다시 2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화장암이 나온다. 두 암자를 찾아가는 길에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있는 꽃길을 걷는데 봄,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본다.

대성암 출입문 앞에는 백목련, 자목련이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 있다. 누런 꽃잎 한 잎도 없이 목화보다도 더 탐스럽게 핀 목련은 제때를 잘 맞춘 탓에 흔한 꽃이지만 특별하게 아름답고 우아하다. 꽃은 한옥과 같이 있어야 아름다운 그림 한 폭이 완성된다.




대성암 마당에 있는 바위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바윗돌 바닥에 설치된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데 특별한 착안 같다. 통바위를 파낸 것인지 원래 모양이 파인 것인지 맑고 깨끗한 물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되어있다.

대성암 위쪽에 있는 화장암, 노승 한 분이 상주하신다고 하는데 암자가 너무 깊고 높아서 출입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갇혀 지내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한 암자다. 혼자 지낸 시간이 40년이나 된다 하니 젊음은 삭아지고 그 젊음이 꽃이 되어 피어난 게 아닐까? 그만큼 젊음을 바쳐 암자를 가꾸었을 것 같다. 어쩌면 청춘과 바꾼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 싶은 그곳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여행자들은 그저 먼산 봄풍경을 무심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노승은 간 곳 없고 낯선 새소리와 고요만 깃든 적막강산에 봄만 가득  자라고 있었다. 아름답다.


화장암 마루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



비구 스님인지, 비구니 스님인지 모르지만 이 아름답고 고요한 산사에서 산중 식구들과 함께 무위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 외로움일지 행복함일지 사바의 마음으로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봄이 시작되는 초목의 우듬지에서 여린 싹들이 색을 발하면서 꽃인지 잎인지, 무엇이든 너무 경이로운 아름다움 모두가 한 분 노스님의 것이다. 스님은 가난한 부자다.

나무 우듬지의 새싹들이 꽃처럼 아름다운 색채를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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