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작동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설악산 토왕성폭포를 간다.
소공원 주차장에 내려서니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가 백설을 볼 때의 그 마음 못지않게 짜릿한 상쾌함을 준다. 겨울산행의 백미라면 눈 덮인 설경이지만 어디 그뿐이랴 오늘처럼 맑은 날에는 산세의 원래 모습에다가 조명 설치가 된 것처럼 더욱 빛나게 해 주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풍경 그 앞에 서기도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끓는다. 45년 동안 발길을 허용치 않았다면 그 비경이 얼마만큼일까를 생각하면 그 말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산꾼이라면, 드디어 그 곁으로 다가가는데 계곡에는 입새부터 육담폭포, 비룡폭포, 주인공인 토왕성폭포까지 3개의 폭포를 볼 수 있는 폭포 답사길이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싸늘함을 떨치려고 빠르게 올랐더니 열이 오르고 그 후로는 재킷을 하나 벗어도 될 만큼 땀이 났다.
드디어 토왕성폭포 앞에 섰다.비록 소를 이루는 바닥까지 볼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전망대에서 보는 전경은 다른 산줄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고 겹겹의 산봉우리들이 둘러친 가운데 설악의 속살 같은 위치에 독자적으로 포근히 들어앉은 어머니산 같았다. 특이한 것은 물이 고일 것 같지도 않은 꼭대기에서 폭포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물이 하얗게 얼어붙은 모습은 마치 어머니 품에서 흘러내리는 젖줄기 같은 모습이어서 수많은 산짐승과 초목들이 받아먹고 살아가는 풍요를 이루는 어머니의 성품이 있는 장대한 멋을 뽐내고 있어서 감탄스러웠다.
토왕성폭포를 보고 급하게 하산해서 남은 시간을 활용해서 반대편에 있는 울산바위가 보고 싶어서 일행 몇명이 가는데 시간이 빠듯해서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숨고를 틈도 없었다. 어느 것 하나를 깊이 있게 관찰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본 것 같아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기회를 살린 것은 분명 잘한 것 같다. 그동안 설악산을 몇 번이나 갔었지만 울산바위는 아스라한 원경만 보다가 그 곁도 아닌 우러러만 보던 정상까지 간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바라만 봐도 좋은 곳을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는지라 기어이 808개의 계단을 만들어서 그 정상에 까지 오르게 만들어 놨다. 울산바위는 멀리서 봐도 하얗게 눈부신 살결로 빛나는 화강암 벽체가 설악산의 식구가 아닌 것 같았다. 전설처럼 미쳐 금강산에 도착하지 못해 설악산에 주저앉아버린 금강산의 식구 같았다. 그러나 그 우뚝한 곳에 병풍 같은 벽체로 서 있으니 바람이 심하면 그 둘레를 돌며 부딪치는 바람의 울부짖음이 심했을 것 같아 우는 산, 울산바위라는 유례가 맞을 것 같았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신발 뒤굼치가 자꾸만 계단에 걸려서 조심하느라 눈도 깜박이지 못하니 그 아름다운 풍경을 다 살핀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씩 고개 들어 바라본 매끈하고 하얀 곳곳의 기암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천상계를 걷는 듯이 한낮의 꿈속 같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보이는 봉우리의 짜임새를 보는 순간 난 이름을 모르는 가운데 내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향로봉이라고 명명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하는 국보 287호인 백제 금동대향로와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 향로의 몸체에는 위로는 첩첩이 산을 묘사한 향로 덮개가 있는데 신선과 산신들, 갖가지 기이한 짐승과 신성한 나무, 이상한 모양의 바위와 폭포, 냇물이 산중에 한데 어우러져 도가의 신선사상을 보여주는 형상이 있고 뚜껑에는 신선세계를 나타내는 무수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불사조, 물고기, 학 등 동물이 26마리요, 말 타는 무인 등 인물상이 16명, 피리, 비파, 북 등을 연주하는 악사가 5명, 상상의 날짐승, 호랑이, 사슴 등 39마리가 나오는 도상이 100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하나의 빈틈없는 봉우리의 모양에는 금동향로에 있는 갖가지 형상이 다 조각된 것 같은 짜임새가 신적인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남들은 다 봤다고 하는데 나는 뒤늦게 그 유명한 울산바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경외스런 모습에 고개를 숙였다.
육담폭포
비용폭포
토왕성폭포
울산바위
신통제일 나한 석굴
계조암의 음각 글씨
울산바위에서 보는 공룡능선
연화대 같은 바위
백제 금동대향로 같은 짜임새의 조각품
백제 금동 대향로는 중국 한나라의 박산향로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한다.뚜껑의 산봉우리가 겹겹이 모아져 있는 모습과 울산바위 바로 앞에서 본 모양이 너무 닮아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연꽃 봉오리
울산바위 정상
계조암과 흔들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