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산행으로 국립공원 계룡산으로 가는 날,
신년 산행을 계룡산으로 먼저 잡는 것은 시산제를 대신해 경건한 마음가짐의 뜻과 지나온 일 연간의 감사함을 산신께 감사하는 발걸음이 되도록 인사 겸 다녀온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계룡산은 예언서에서 언젠가 정도령이 나타나면 국토의 중심부인 계룡산의 기가 미치는 곳으로 수도를 옮길 것이다.라고 하는 신령스러운 산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보는 명산인데 이미 수도의 일부를 옮겼듯이 국가 핵심 부서를 옮겼기 때문에 예언서의 반은 적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분께선 언제 출현을 할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정도령이 출현하면 악재만 거듭되어가는 국가의 명운이 태평성대를 이루게 하는 분이라면 그분이 바로 정도령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도대체 그분은 언제쯤 나타나실까? 그런 공상을 하면서 오르는데 장군봉 지나서 삼불봉까지 오르내리는 길이 순하지 않았다. 악산에 가까운 산세를 짚어 가면서 느낀 점은 겨울이어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이는 국립공원의 기세를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계획된 코스를 반 정도밖에 오르지 못했고 계룡 8 경과 그 주봉을 다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에서 전체를 느끼기엔 역부족이었다.
신년 산행을 하얗게 눈 덮인 산에서 시작할 때는 세상살이 지난 잘, 잘못을 다 덮고 가자는 암묵적 의미로 생각했는데 올해처럼 벌거벗은 것 같은 메마른 산세에서 시작할 때는 미처 다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온 일들에 대해 파헤치고 따지고 숨김없이 다 짚고 넘어가는 게 옳다는 것에 왠지 의미부여를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느 것이 올바른 해법인지는 몰라도 새해라는 것이 뚜렷한 경계도 없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어떤 경계를 만들어야 희망을 걸 수 있게 된다. 어떤 의미로든 해가 바뀌었으니 품은 뜻이 다 순항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군봉 같은 몇 개의 산봉우리를 힘들게 더 오르다 보니 계룡산은 악산이란 생각이 들었다. 간밤에 꿈에서 보았던 그 힘겨움이 자꾸만 생각나서 무척 조심하면서 갔다.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뭔가 특별한 산세가 확 다가오지만 아직 그 기운을 느끼지 못한 채 남매탑까지 갔는데 거기서 그 탑에 얽힌 사연을 보고 동화 속에서 본 적이 있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탑 주변에는 점심 먹는 장소가 명당이었다. 아래는 상원암이 있고 위로는 삼불봉이 있는 포근하고 널찍한 공간에 긴 식탁이 있고 돌을 거북 모양으로 깎아서 앉을자리를 많이 만들어 두어서 명산에 모여드는 산객이 그만큼 많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설경도 없는 겨울이어서인지 그 좋은 자리는 거의 비어 있었다. 그리고 남매탑이 다른 탑에 비해 다른 점이 있어 정감을 더했다. 탑들은 거의가 비슷한 형태지만 남매탑은 순수한 이미지가 있고 탑신이 잘 다듬어진 화강암이 아니라 탑신 중간중간에 자연석으로 채워져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형태고 그 크기와 모습이 보는 방향에 따라서 높이와 배치가 달라 보이는 재미가 있었다.
탑 아래 따뜻한 식탁에서 점심을 먹고 곧장 삼불봉으로 올랐다. 가파른 계단을 다 지나서 한참 더 올라갔지만 삼불봉이란 표지석이 있을 뿐 명칭에 대한 풍경은 알 수가 없었다. 더 멀리서 바라본다면 느낄 수 있었겠지만 난 그 유래를 찾지 못했다. 거기서 바라보는 계룡 팔경이 멀리 원경으로
펼쳐 저 있었지만 한꺼번에 다 갈 수 없는 탓에 언젠가는 그 웅장한 산세를 온몸으로 느껴볼 날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이번에는 계룡산 한 팔에 안겼다가 온 셈이었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산행에는 안전하고 행복함으로 점점 비어져가는 심상을 대자연으로 충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뒤돌아본 장군봉
상원암
지나온 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