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다. 이틀 거듭, 메마른 덕유산을 다녀온 직후여서 더욱 아쉬운감이 있는데 눈 내리는 밤에 잠은 오지 않고 공상에 잠기는 이 시간에 난 지금 아무도 없는 야밤에 눈에 덮인 덕유산 하얀 자락에 혼자서 마구 뛰어놀고 있다. 유난히 맑았던 푸른 하늘을 이고 골짝골짝 찾아들어 볕으로 포식을 하던 그 주름진 산 이랑들이 모두 하얗게 덮여 숫한 생명을 끌어안고 잠든 산을 나만 혼자 토끼처럼 뛰노는 이 만행의 마음을 누가 말리랴!
3번째 가는 덕유산,겨울이 가장 아름다운 곳인데 눈은 없었지만 날씨가 맑아서 시야에 경계가 없는 날이다. 여러 번 가도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매직스타 같은 산이다. 맨몸으로 혹한에 맞선 겨울산의 풍경은 나 역시 산과 같은 마음으로 아래를 굽어보며 잠시라도 사바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면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산을 찾는 이유가 충분하다. 더 무엇을 욕심내랴. 산꼭대기에 서면 시선이 부딪히는 곳의 첫새벽 같은 푸른빛이 너무 좋다. 내 발길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음에 그곳은 언제나 희망이 싹트는 곳이 된다. 갈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