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금선사 회장님 댁에 하루를 묵다.
붉기는 사과같은 것이 하늘을 향한 배꼽을 쳐들고
크리스털 같은 가을볕을 빨아들이고 있다. 유래 없는
경주의 혹서기를 내 이렇게 견디었노라, 자랑이라도
하듯이 노보살님의 앞뜰에 석류 두 알이 주먹만 하게
루비보다 더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 달고 있다.
안강 하곡리 여강 이씨 집성촌 정갈한 마을에 자리 잡은
현대식 아담한 집 마당 앞에는 논으로 가는 물길이
어린 시절 앞 개울에 빨래를 하던 그 풍경으로 흐르고
마을 뒤엔 높은 산이 쏟아내는 계곡이 마을을 먹여 살리는
피 같은 물을 가득 채운 도랑이 있어 풍요롭고 고요한
들판 가운데 여강 이씨 맏며느리의 고된 일상이 알알이
박혀있는 듯한 두 알의 석류가 가장 먼저 영글어 가을
한 폭을 담고 있다.
이렇듯 석류에서 시작한 가을은 하곡리 들판으로 노랗게
번져나가 온 마을에 가을이 물결치게 될 석류에 담긴
가을을 미리 보았노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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