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한양도성길

반야화 2017. 10. 11. 13:04

순성길 3코스: 남산 구간, 장충동에서 숭례문까지 6.3킬로

볕 좋은 가을날에 가장 어울릴 것 같은 나들이가 걷는 거라면 그중에서도 도성길을 한가로이 걷는다면 가장 그럴듯해서 셋이서 걸었다. 서로 간의 모이는 거리는 멀어도 마음의 거리로 좁혀지니 거기서부터 모든 건 출발이 된다. 길이란 집 밖을 나서면서부터 부채꼴 모양으로 열려 있고 어느 한 곳을 정하고 나서면 길은 어디서든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걷다 보면 숱한 사람을 만나지만 그냥 지나치는 건 만남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나쳐가지 않은 정점에서 만남의 인연으로 이어져 다시 한 길로 나아가는 멋진 친구들이다. 우리는 가을의 초입과 같은 신체의 초입인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물들어 간다. 완클정모에서 달빛기행으로 한 구간을 끝냈지만 그 연장선에 무엇이 더 어떻게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이어가기로 하고 만났다.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참 좋다. 우선 도성길의 축성부터 알아본다.

 

한양도성길은 경북궁을 중심으로 백악산(북악산)을 주산으로 하고 네 사 산(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과 외사산인 (삼각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에 의해 둘러싸여 있으며 북한산을 진산으로 하고 있다. 경복궁 옆의 낙산과 인왕산이 좌청룡 우백호에 해당한다. 그리고 동서남북에 4대 문과 4 소문을 두었고 `인의예지`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 현재는 성체 모양을 보고 시대를 알 수 있다. 태조 때는 무정형의 작은 돌, 세종 때는 직사각형의 성돌, 숙종 때는 60센티미터 정도의 정사각형의 다듬어진 성돌로 축성했다. 그리고 성의 구조는 체성, 여장, 욱 개석, 곡장, 치성, 홍예, 문루, 옹성으로 이루어졌다. 이 정도의 상식을 가지고 도성을 돌아야 재미를 더할 것 같아 도서관에서 미리 책을 보았지만 다 기억하기란 어려웠다.

 

처음엔 어떤일이든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어서 지도도 없이 무작정 장충동에서 남산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시작점을 찾기도 어렵고 표식도 잘 되어있지 않아서 헤매었지만 남산길에선 굳이 정도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길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뒤늦게 끝 지점에서 지도를 얻어서 찾아보니 길은 빠짐없이 걸었지만 구간마다의 명칭을 이해하지 못하고 걸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다음부터는 지도를 들고 찾아가는 재미를 더할 것 같아 다음이 기대된다.

 

남산 구간이 끝나고 도심으로 내려와서 반토막만 걸었지만 차가 달리던 길이 정원길로 변신한 공중정원도 걸어보고 새로 단장된 숭례문도 멀찌감치 서나마 볼 수 있었는데 홍예를 잇고 있는 성돌이 세 임금의 시대와 현재를 아우르는 퍼즐 같은 모양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재가 되어가던 그날, 억장이 무너져 내리던 기억이 떠올라 몹시 아팠다. 이제 3코스가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4코스 구간의 돈의문 터와 경교장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돈의문이 있던 자리는 터라고도 할 수 없었다. 빈터조차 남겨놓지 않고 지나다니던 계단이었다. 터가 있어야 복원이라도 할 수 있지 누가 왜 터까지 팔아먹었을까 생각하니 통치자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근처에 경교장이 있는데 그곳이 강북 삼성병원 응급실과 붙어있을 줄이야!

소유권이 그렇더라도 방향표시와 70미터라는 것보다는 삼성병원 응급실로 써 놓았으면 금방 알 것을 설마 거기 붙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 한참을 뺑뺑 돌았다.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님의 암살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설명으로 듣고 나왔다. 그 암울한 시대에 금광을 채굴한 사람이 한껏 돈 자랑을 하면서 이태리, 일본, 대한민국을 섞어서 멋을 부려놓은 게 얼마나 호화롭고 규모가 큰 집이었는지 실감이 되었지만 임시정부 공간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너무 협소한 곳이어서 27년간의 임정 기간이 너무나 감사하고 그 법통은 만드시 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리를 더듬어 가는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팥배나무 열매

 

누리장나무 열매

 

 

 

 

 

 

 

우린 사랑의 맹서 보다 더 중요한 늙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

소나무길

 

 

 

 

 

 

 

 

 

 

 

 

이 성돌이 모양으로 보면 숙종 때의 것이란 걸 알 수 있다. 끊어지고  이어진 성곽

 

 

덕수궁 돌담길

 

 

 

수령 520년 된 회화나무

시대를 지켜보고 흥망성쇠를 다 알고 계실 것 같은 신목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여기가 돈의문 터라니, 병원 앞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다

모과가 가을향을 만들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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