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비오는 거리에서...

반야화 2021. 8. 24. 11:58

비 내리는 가을 거리를 걸었다. 바람 없는 날 비는 먼 거리를 휘이지도 않고 땅으로 떨어진다. 편한 차림으로 우산 하나 받치고 길을 걷는데 송알송알 비를 달고 있는 이쁜 풍경들을 한가로이 무심으로 만날 수 있어 좋다.

각 처 골 골에서 탄천으로 모여드는 작은 도랑물을 만나고, 비가 힘겨운 왜가리도 만나고, 비를 모은 메꽃이 고운 목덜미로 꿀꺽 빗물을 받아 마시는 모습도 본다. 우산 위에서는 톡톡 튀며 춤추는 빗방울의 리듬을 들으며 비를 만나기 위해 나온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온몸으로 비를 느낀다. 피하고 싶은 비는 우울하지만 온 세상에 움직이는 투명한 선들의 유희 속에 단 한 사람이 된 내가 그 속에 들어 있는 풍경, 얼마나 낭만적인가. 마음으로 먼저 그리고 그 그림이 되어보는 재미에 빠져본 장난 같은 시간이다. 잠시 비가 그치면 바람이 밀어 올린 비는 금방 운무가 되어 왔던 자리로 구름이 되어 되돌아간다. 살아 있는 것은 순환이다. 순환의 고리에서 사람만이 끝을 향해 가는가!!

떼죽열매

탄천의 물이 간밤 비로 더 불어난 것 같다,

메꽃 속으로 모여드는 물방울
강건너 수수에 봉지를 씌워둔 게 꽃인줄 알았다ㅓ.

'living no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묘와 창경궁  (0) 2021.09.16
용인 보정동 고분군  (0) 2021.08.26
초가을 풍경  (0) 2021.08.20
경주 황성공원  (0) 2021.08.14
인테리어의 마술  (0) 20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