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인테리어의 마술

반야화 2021. 6. 18. 10:01

집을 새로 구하고 3개월 만에 집으로 들어왔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지, 움막 같아도 내 집이 좋다고. 비록 환경이 좋은 곳에서 석 달을 살았지만 내 물건이 없는 곳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물건이란 것이 생명은 없지만 늘 곁에서 생명 있는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손 닿는 곳에서 조용히 쓰임을 기다리며 있어 주었다. 이제 그 물건들과 만나고 다시 그것들과 난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인테리어를 한 달간 했다. 어쩌다 보니 내 방에 명패가 붙었는데 벽지 색상을 선택하고 보니 하나는 연한 핑크빛 포인트를 넣고 또 하나는 연한 하늘색 포인트를 넣다 보니 식구들이 붙여준 핑크 방, 블루 방이 되었다. 핑크는 올봄에 원 없이 그 꽃 속에서 살던 연달래를 연상했고 블루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다. 왜냐하면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 청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일기예보에 하루가 파란색으로 표시가 되면 그날은 너무 기분이 좋다. 그 후로 좋아하는 색상이 블루가 되었고 급기야는 내방 안으로까지 푸르게 비춰 들었다. 식구들은 영 아니라고 하지만 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방 안에 가구를 배치하니까 포인트 색은 크게 눈에 뜨이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인테리어는 집의 분장이다. 한 꺼풀 벗겨내면 어지러운 콘크리트 속이지만 인테리어를 잘하고 나면 그 속에 뭐가 있든 잊고 만다. 사람도 속 사정이 야이야 어떻든 고운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면 아름답게 보이는 첫인상을 줄 수 있고 평가도 잘 받는다. 집도 다르지 않다. 감추어진 천장 안에는 온갖 선들과 어지러운 것들이 얽혀 있고 또 뭣이 그렇게 많이 달려 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갖가지 감지기들 소방시설부터 시스템 에어컨 실링팬 간접조명들이 알알이 비밀스럽게 들어앉아 있다고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일제히 빛을 발하며 화장한 집을 비추고 그 속에 행복한 식구들의 미소를 비춘다. 노출되지 않고 천정에 숨어 있게 만든 간접조명의 역할이다. 요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인테리어가 호황이라고 한다. 식구는 적은데 집은 더 커졌다.

살림을 많이 채우지 않고 공간을 넓게 쓰는 걸 가족이 다 좋아하는데 강아지가 뛰어놀기에도 운동장 같아서 좋아할 것 같다. 강아지가 마룻바닥이 미끄러워서 잘 뛰지 못했는데 이번엔 거실을 미끄럽지 않은 자기질 타일로 했다. 광택이 없고 자기로 구운 상태에서 돌가루를 입힌 돌 타일이라 하는데 표면이 미끄럽지 않아서 예상대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잠시만 뛰어도 하루 운동량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비용은 요즘 평당 2백만 원 이이 보통이라고 하니 발품 팔아서 했는데도 시골집 한 채 값이 들어갔다, 막상 와서 살아보니 환경도 좋고 지하철 5분 거리 교통까지 편리하니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3개월을 대충 살면서 놀기만 하다가 들어왔더니 생활리듬도 깨어지고 아직은 적응이 안 되는데 내일이면 제주로 가서 놀다 오면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상태가 되지 싶다.

주방에 살림을 들인 모습

거실 남향 창가에는 숲이 좋아서 티탁을 두었고 여기 앉아 차를 마시며 새소리를 듣는 즐거움이 있다.
가장 비싼 소제는 현무암 벽체 한 장당 6만원짜리라고 하는데 55장 정도를 뒤면 포인트로 했다.
한쪽 벽은 나무로 하고 다른 쪽은 포인트로 현무암으로 했으며 그외 벽체는 포세린 타일러 함.
거실 포인트벽을 한 쪽은 원목으로 해서 실내에 나무향이 그윽히 풍기도록했다.
등은 안으로 매립하고 그 자리에 실링팬을 달아사 시스템에어컨의 바람이 고르게 퍼지게 했다.
거실에서 보이는 정원 앞마당
천장 곳곳에 작은 등을 배치시겨서 조명이 켜지면 실내가 은은하면서도 분위기가 있다.
거실,가로 7미터20센티,시로 5미터 주방에서 이어지는 길이 10미터가 넘으니 루비의 운동공간으로 충분하다.
세라믹 상판을 얹은 주방 씽크대와 바 역할을 하는 아일랟드 식탁

다이닝룸 식탁 위 조명만 우드로 장식해서 분위기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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