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새로 구하고 3개월 만에 집으로 들어왔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셨지, 움막 같아도 내 집이 좋다고. 비록 환경이 좋은 곳에서 석 달을 살았지만 내 물건이 없는 곳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 마련이다. 물건이란 것이 생명은 없지만 늘 곁에서 생명 있는 나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손 닿는 곳에서 조용히 쓰임을 기다리며 있어 주었다. 이제 그 물건들과 만나고 다시 그것들과 난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인테리어를 한 달간 했다. 어쩌다 보니 내 방에 명패가 붙었는데 벽지 색상을 선택하고 보니 하나는 연한 핑크빛 포인트를 넣고 또 하나는 연한 하늘색 포인트를 넣다 보니 식구들이 붙여준 핑크 방, 블루 방이 되었다. 핑크는 올봄에 원 없이 그 꽃 속에서 살던 연달래를 연상했고 블루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다. 왜냐하면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 청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일기예보에 하루가 파란색으로 표시가 되면 그날은 너무 기분이 좋다. 그 후로 좋아하는 색상이 블루가 되었고 급기야는 내방 안으로까지 푸르게 비춰 들었다. 식구들은 영 아니라고 하지만 난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방 안에 가구를 배치하니까 포인트 색은 크게 눈에 뜨이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인테리어는 집의 분장이다. 한 꺼풀 벗겨내면 어지러운 콘크리트 속이지만 인테리어를 잘하고 나면 그 속에 뭐가 있든 잊고 만다. 사람도 속 사정이 야이야 어떻든 고운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나면 아름답게 보이는 첫인상을 줄 수 있고 평가도 잘 받는다. 집도 다르지 않다. 감추어진 천장 안에는 온갖 선들과 어지러운 것들이 얽혀 있고 또 뭣이 그렇게 많이 달려 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갖가지 감지기들 소방시설부터 시스템 에어컨 실링팬 간접조명들이 알알이 비밀스럽게 들어앉아 있다고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일제히 빛을 발하며 화장한 집을 비추고 그 속에 행복한 식구들의 미소를 비춘다. 노출되지 않고 천정에 숨어 있게 만든 간접조명의 역할이다. 요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인테리어가 호황이라고 한다. 식구는 적은데 집은 더 커졌다.
살림을 많이 채우지 않고 공간을 넓게 쓰는 걸 가족이 다 좋아하는데 강아지가 뛰어놀기에도 운동장 같아서 좋아할 것 같다. 강아지가 마룻바닥이 미끄러워서 잘 뛰지 못했는데 이번엔 거실을 미끄럽지 않은 자기질 타일로 했다. 광택이 없고 자기로 구운 상태에서 돌가루를 입힌 돌 타일이라 하는데 표면이 미끄럽지 않아서 예상대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잠시만 뛰어도 하루 운동량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비용은 요즘 평당 2백만 원 이이 보통이라고 하니 발품 팔아서 했는데도 시골집 한 채 값이 들어갔다, 막상 와서 살아보니 환경도 좋고 지하철 5분 거리 교통까지 편리하니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3개월을 대충 살면서 놀기만 하다가 들어왔더니 생활리듬도 깨어지고 아직은 적응이 안 되는데 내일이면 제주로 가서 놀다 오면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상태가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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