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2

장미와 풀꽃

계절의 여왕이 꽃의 여왕을 키워냈다. 세계각국의 장미를 키우고 있는 장미의 축제장이다. 산에서는 철쭉을 끝으로 꽃물결이 지나갔고 인위적으로 키워낸 장미가 그 빈 꽃자리를 채우고 있다.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장미의 종류가 눈부시다. 화려함에 비해서 향기는 찔레꽃에 미치지 못한다. 향기는 꽃의 영혼이라고 하는데 겉모습은 눈으로 보고 향기는 영혼으로 본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영혼으로 봐도 아름답다면 그 완벽함이 얼마나 교만해질까. 겉모습도 순수하고 영혼까지 순수한 아기자기한 풀꽃을 무척 좋아한다. 연인에게 장미 한 다발 안겨주면 영혼이 비어도 덥석 받아 줄 것 같은 장미에 비해, 작고 보잘것없는 풀꽃은 겉모습에 취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서 꽃의 영혼인 향기를 맡을 줄 안다면 그게 성공하는 연인들의 ..

living note 2024.05.23

노루귀의 권력

노루귀는 이쁜 것이 권력이다. 노루귀 앞에서는 모두가 엎드렸다. 그 이쁘고 앙증맞은 작은 것 앞에서 무엇을 바라며 엎드려서 아부를 하는지 "제발 흔들리지 말아 다오"이렇게 애원하며 여린 권력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공들여 모셔오고 나면 그제야 봄이 온 걸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인간 세는 병들어도 자연의 힘은 삶의 항체가 어떤 방해에도 다 당해내기 때문에 해마다 그 꽃자리에 찾아가면 언 땅 뚫고 쌓인 낙엽 헤치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검은 산천을 아름다움 한 점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흙은 생명의 용광로 같다. 꽃피고 잎 피고 푸르던 온갖 생명을 하나의 흙으로 녹여 한해살이를 끝내는 것 같더니 그 차가운 흙에서 녹여졌던 모든 생명이 다시 솟구치는 걸 보면 신비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것 같아 봄을..

야생화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