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11일
오늘도 날씨는 맑고 깨끗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사람 사는 세상이 다 비슷해서 무심할 수가 있다. 숙소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창을 열고 날씨를 확인하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한다.창문을 열고 보니 눈앞에 시커먼 산방산의 실루엣이 떡 버티고 있고 나직한 양옥들이 나란히 줄 서 있는 이주마을인 화순 문화마을이라는 걸 안다. 나는 지금 제주에 있다.
제주 바닷가에 서서 거센 바람 맞으며 두 팔 벌려 한 번 빙그르 돌고 나면 모든 인연 줄이 일시에 끊어진 대 자유를 맛본다. 지친 일상도 다 놓이고 혼자이면서 또 다른 혼자가 된 사람과 만나면 우리가 된다. 숱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좋은 사람과 만나 우리로 맺어져 오늘도 행복한 우리들만의 추억을 만든다. 이번 여행은 멋진 길동무와 함께여서 모든 걸 의지하고 따라만 다니니 얼마나 편한지 늘 뭔가를 찾아야 되는 혼란 속에서 놓여나는 여행이 너무 좋다. 오늘은 제주 전문가도 있고 언니 언니 하면서 인정 넘치는 살가운 친구가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여행의 참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일행 두 사람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길을 청소하며 걷는 클린올레를 한다.짧은 길도 아니고 버릴 수 있는 곳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도 며칠째 즐거움 반, 노동 반인데 마다하지 않고 청소를 하는 착한 올레꾼이다. 제주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청정제주"라는 문구가 부끄러울 정도로 제주는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큰 과제가 된 듯하다. 갈 때마다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행정의 수반이 올레길을 걸어야만 알까, 깨끗한 제주를 보고 싶다.
오늘은 다들 두 번 이상 걸은 12코스여서 정도를 벗어나 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로 간다.신도 앞바다 해안절벽을 따라 차귀도까지 가는 코스인데 길을 걸을 때는 볼 수 없는 곳이다. 그리고 갈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길가엔 쓰레기 포대들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이곳은 지금 바다 청소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는 올레님의 동행으로 특별한 경험이자 모험을 하는 동심 같아서 너무 신이 났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이지만 서로 맛 물려 고정되어 있고 까칠까칠해서 등산을 하는 재미도 있었고 신나게 마구 뛰어다녔다.
지질 전무가가 아니어도 켜켜히 쌓여 있는 화산재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더러는 부분 부분이 떨어진 듯 시루떡 같은 덩어리도 있고 용암이 벌겋게 흐르다 찬물과 만나 굳어버린 암석의 피 같은 것이 고여 있기도 한데 그것이 스코리아 광물질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래층, 자갈츨, 고운재 등 층층이 얇게 쌓인 지질히 신기하고 그 층 위에 제주라는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게 단단하지 못한 땅 같아서 쓸데없는 걱정까지 들게 하는 코스다.
그런데 이 길은 차도에서는 아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자유롭게 동심에 젖어 온갖 놀이같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면서 성큼성큼 뛰어보는 아주 신나는 코스였다. 그 길에 물이 차면 갈 수 없다는데 우리를 위해 바다도 잠시 넓은 마음으로 배려를 해주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주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코스여서 올레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신도 앞바다에서 수월봉 지나 차귀도까지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고 너무 놀아서 당산봉을 오르지 못하고 해 질 녘 차를 타고 돌아갔지만 하나 아쉬움 없는 길이었다. 언제 다시 가고 싶은 길로 기억하고 아름답게 저장해둔다.
빈카 꽃
새로운 품종 꼬마 양배추
착한 클린올레
녹남봉 오름 분화구에 있는 밭과 꽃들 매화, 벚꽃
창을 메운 벽돌
여기서부터 신도 해변 지질트레일 코스로 접어든다.
해변 청소도 깨끗이 올레꾼은 절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다만 청소를 할 뿐이지.
스코리아라는 광물질이 현무암의 피딱지처럼 굳어 있다.
차귀도 가는 길 수월봉 아래로 차귀도까지 이어진 가장 아다운 해변 코스
저 바다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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