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2 (10코스 )

반야화 2017. 6. 16. 15:26

2017년 6.13일

10코스의 변화:화순 금모래 해변-10코스 안내소-대체 탐방로-보덕사-대체 탐방로 종점-사계 화석 발견지-송악산-송악산 전망대-섯상오름-하모해수욕장-하모 체육공원.

 

2차 제주올레를 시작했다. 시작했으니 이미 반은 한 거다. 후회를 하기 전에는 어리석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1차 때 시작부터 완주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첩을 사는 것도 도장을 찍어야 하는 것도 내겐 필요치 않았다. 이제야 후회가 되고 그것이 어리석음이란 걸 안다. 그냥 궁금해서 걸었던 길이, 그다음이 또 그다음이 그렇게 이어진 길이 반이 넘어서자 완주라는 욕심이 생겼으니 이미 절차는 물 건너갔고 보는 것만 하자, 그렇게 완주를 했지만 뭔가 허탈하고 부족하고 마침표를 찍지 못한 것 같아서 힘들겠지만 2차를 시작했고 이제 겨우 2개의 코스를 걸었다. 그렇다고 완주만을 위해서 빨리 끝내고 싶진 않고 처음처럼 몇 년이 걸릴지 정하진 않겠다. 봄이 그리우면 봄을 보고 가을이 그리우면 가을 길을 걷겠다.

 

친구와 둘이서 10코스를 걷는데 들머리부터 내가 걸었던 길이 아니다. 그러나 변화라는 호기심이 재미를 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체코스를 걷는데 우회하는 길은 나의 호기심에 재미를 더해주지는 못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달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산방산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걸었고 뜨거운 볕을 피하고 쉴 곳을 찾다 보니 어느새 사계 바다에까지 이르고 1차 때 기록하지 못했던 발 바국 화석을 찍으면서 그제야 내가 걸었던 그 길로 다시 들어서게 되었고 10코스를 빛나게 해주는 송악산 해안길을 따라가면서 추억 속의 재미를 맛보게 되었다. 1차는 3월에 걸었는데 이번에는 색감이 더 밝고 짙어서 새로움에 젖으며 걸었다.

 

혼자 길을 걸을 때는 그것이 사유의 길이었다면 친구와 같이 걷는 길은 도란도란 정담의 길이 되었다.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계 바닷가를 걸으면서 보는 형제섬은 동생이 가진 영토도 또렸하고 또한 형제라기보다는 중간에 새끼가 있어서 부부 섬 같기도 했다.

타원형의 섬 서남쪽 가장자리 해안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내가 서 있는 조감도의 모습을 본다. 아주 작은 점이다. 그 점 하나가 가기엔 너무 길고 긴 길이지만 그 길에 들어서면 끝없는 것을 더욱 넓히고, 무한한 것을 더욱 늘려가는 해인삼매의 경지로 가는 출발점이 되는 길과도 같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어느 강 어느 골짝에서 흘러든 물줄기들일까? 발원지도 다르고 여정도 다르지만 바다에 흘러들면 출신성분은 없어지고 같은 모습, 같은 맛. 같은 이름인 바다가 된다. 그리고 짜디짜게 함께 깊어지고 함께 낮아져 세상의 모든 물들을 받아들이는 후한 심성이 되는 바다. 그런 바다에 마음은 빠지고 몸만 걷는다.

 

올레길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제주의 아픔과 한이 서려있는 유적지를 놓친 부분까지 더욱 자세히 살핀다. 올레길이 유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거기에 누가 일부러 참배를 가겠는가? 후손이 아니라면 가기 힘든 곳에 일반인도 묵념이라도 드릴 수 있는 길이 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나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 외로워 마시라고 숱한 발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안심시켜 드리고 제주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온 목숨 바쳐 지켜온 국토를 자원과 개발도 좋지만 다른 나라에 땅을 팔아버려서 주권이 위태로워질 정도는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지만 사들인 자기네 땅이 넓어지면 어떤 권리행사를 할 수도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백조일손`이라는 말이 너무 슬프고 아프게 다가왔다.

 

섯알오름을 살펴보고 하모리 들판으로 들어가는데 난데없이 따라온 강가지 두 마리가 올레꾼들이 던져준 먹이에 길들여졌는지 계속 따라온다 그렇게 귀여우니 누가 배낭을 뒤져 먹이를 주지 않고 배겨낼 수 있을까. 우리도 남은 과자를 주고 가는데 그제야 따라오지 않는다. 집에 있는 우리 집 루비가 보고 싶어 진다. 6시간을 걸어서 끝 지점에 이르니 비행기 출발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혼자 하모리 해수욕장에 잠시 발을 담그는데 썩은 해초들이 너무 많이 떠다녀서 유쾌하지 않았다. 바다도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으면 오염지역이 될 수 있구나 싶어 걱정이 되었다. 제주에서 2박 3일을 7만 보가 넘는 발자국을 남기고 돌아간다.

 

 

화순 금모래

 

 

 

삼방산의 다름 방향

꽃이 지고 난 꽃받침도 이쁘다.

제주의 곶자왈 나무는 다 덩굴들의 옷을 입는다. 겨울엔 토피어리같이 보이더니 꽃도 피었네.

 

 

 

모슬포에 있는 단산 이것이 진짜 마이산 같다.

 

 

사계리 바다

송악산으로 가는 길

 

 

 

 

 

 

사계리 바닷가에 있는 일만 오천 년 전의 발자국 화석

 

 

 

송악산 해안 트레킹 코스의 절벽

 

 

 

마라도

 

 

대한만국 최남단의 산인 송악산

 

 

송악산 산책로

송악산을 다 돌아 나와서 섯알오름 가는 길

 

 

 

모슬포 들판

씨를 받기 위한 무밭, 씨를 받는 무는 먹을 수 없다는 친구의 말

 

 

2차 대전 당시 알뜨르 비행장 일대의 격납고들

넓은 터로 보이는 알뜨르 비행장

유적지를 지나 하모리 들판을 지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먹이를 바라고 따라오는 형재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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