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2차 제주올레 16코스

반야화 2018. 3. 19. 15:46

2018.3.12일

제주에서 5일째, 첫날 하루 날씨가 안 좋았고 연일 먼지만 약간 낀 날씨가 따뜻하다. 봄 마중은 제주에서.....

16코스는 처음으로 함께 걷기를 한 곳이고 그 때 역 올레를 해서인지 다시 걷는 이 길이 새롭고 기억나는 건 삼별초 유적지와 토성뿐이다.

 

먼저 무인카페에서 커피로 기력을 충전하고 시작한다. 고내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 약 15킬로 정도, 이 정도면 쉬면서 걸어도 되는 적당한 거리다. 그런데 통제구간이 있어서 1차 때의 사진과 비교가 된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변경 구간인지 가물가물 알 수가 없다. 지난번 사진과 비교하니

내 거 뭘 본 건지  너무 다르다. 역 올레와 정 올레의 차이일까, 우회를 한 곳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빨간 먼나무 묘목을 키우는 밭에서 꽃보다 이쁜 걸 봤고 항파두리 토성은 새파란 보리인지 밀인지 일대가 너무 아름답다는 건 새롭고도 멋진 굉장한 풍경이었다.

 

신엄포구에서 구엄리 돌염전까지 가는 바닷가에 쓰레기가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좋은 것만 보고 싶어 하는 내 눈은 어디를 봐야 할지 시선 둘 곳이 없어 발아래 길만 봤는지 기록을 하다 보니 처음과 너무 다르다. 그중에 깨끗하다고 생각되는 곳이 구엄 돌염전 가기 전에 산봉우리 같은 통바위가 있어 거기서 잠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점심도 먹었다.

 

바닷길이 끝나고 수산봉을 향해 가는데 날씨가 약간 덥다. 수산봉을 오를 때는 땀까지 흘렀는데 때마침 쉼터에 매화가 피어있고 정자도 갖추고 있어서 향기로운 곳에서 쉬어가니 참 좋았다. 수산봉을 내려오니 임시 통제구간이 있다. 통제구간 길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몇 번을 가야 눈을 감으면 심안으로도 다 알 수 있을까, 수산저수지의 큰 곰솔은 가지가 더 자랐는지 끝자락이 물에 닿을 듯하고 여전히 푸르고 싱싱해서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수산리 사람들은 농사를 짓다가도 시 한 수를 읊을 수 있는 시를 아는 주민들인 것 같다. 동네 담장에도 밭담에도 시비가 있는 문학동네 같아서 농사를 짓든 고기를 잡든 모든 일상을 시가 되는 마을이 아닐까 하는 감성이 느껴졌다. 들판을 다 지나면 장수물이 나오고 이제 곧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로 어어진다.

 

삼별초 유적지를 지나 장수물에서 숲길 따라 걷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항몽 토성이 나온다. 1차 때에는 성위에 올라서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 그사이 토성이 훼손이 되어서 올라가지 못하게 됐고 군데군데 깎인 부분이 있었다. 지금 보면 성의 역할을 하기엔 높이가 산성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당시는 1200년대라 사람의 힘으로만 약 6길로 가 넘는 토성을 쌓는다는 게 큰 대업이었을 것이다. 토성 양쪽에는 초록색 보리밭이 바람에 물결을 지으며 일렁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성길을 걸으며 놀고 싶었다. 올해는 재주에 유래 없는 눈이 많았고 추위가

있어서일까 가는 곳마다 채소와 보리밭이 끝이 싱싱하지 않고 다 노랗게 되어 있어서 안 좋았는데 토성 아래의 밭에는 떡잎 하나 없는 초록색이 성과 더불어 멋진 풍경이 되어 있었다. 아주 놀라운 볼거리였다. 같은 곳을 다시 가면 새롭게 볼 수 있는 뭔가가 분명 있는 것 같다.

 

토성에서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청화 마을로 간다. 청화 마을이 너무 낯설다. 1차 때에는 볼 수 없었는데 들판 같은 곳에 새로 생긴 별장지인지 이국적인 풍경이 제주와는 동떨어진 고급주택들이 있었다. 점점 육지 것들이 차지하는 제주가 되어가고 있어서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닌 것 같다. 제주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던 숱한 항쟁이 있었는데 한 방울 땀도 흘리지 않았던 육지 것들의 차지가 되어가는 모습이 제주 본토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출발지점의 무인카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측면 얼굴

 

 

 

 

 

 

 

 

 

뭐 하세요?

힘자랑

구엄리 돌염전

수산봉 쉼터

 

수산 저수지 곰솔

 

먼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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