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2차 제주올레 1-1코스 (우도)

반야화 2018. 3. 21. 14:34

 

2018.3.9일

우도는 여러 번 갔었다. 갈 때마다 좋았던 기억만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정작 올레길의 나풀거리는 리본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오직 올레길 트레킹만 하려고 갔다. 전 날 강풍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잦아든 바람인데도 바닷물은 넓은 수면에 부딪치지 않은 파도 조각들이 마치 물비늘처럼 반짝이며 해변 쪽으로 퍼져나간다. 심한 강풍만 아니면 우도 가는 배는 운항이 되나 보다.

 

 꽃샘추위가 쌀쌀한데도 사람이 참 많다. 우도로 가는 배 시간은 꼭 정해졌다기보다는 인원에 따라 중간중간 한 번씩 더 띄운다고 한다. 시간 맞춰서 겨우 도착했는데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다. 요즘은 새우깡으로 비둘기를 부르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갈매기떼도 아는지 예전처럼 따라다니지 않는다. 그것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바다의 깊이를 안다면 물 위에서 얼마나 두려울까만 시퍼런 물속을 모르니 그냥 떠가는 재미만 있을 뿐이다.

 

천진항에 도착하자마자 올레길 시작점이 있는데 처음엔 그냥 살피지 않고 관광차 간 친구들과 쑥 들어갔더니 보지 못했고 한 번 놓친 리본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시작 스탬프를 찍고 따라가다 보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일반 관광객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으며 그래서 호젓한 숲길이 너무 좋았다. 한 번 리본을 따라가다 보니 중간도 끝도 다 올레길인걸, 이곳 역시 친구는 클린올레를 한다. 쓰레기를 줍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것인데 구석구석 아름다운 우도에도 예외 없이 쓰레기가 너무 많다. 어떻게 해야 될까, 차라리 쓰레기통을 군데군데 설치해두면 한자리에 모여서 수거도 쉬울 텐데 "쓰레기통을 없애면 쓰레기를 가져갈 것이다"라는 정책 발상이 도대체 누구의 헛된 짓이었을까, 시행 후에 그것이 아니면 바로 시정이 되어야 할 텐데 아직도 여전히 전국에는 쓰레기통 비치가 안되고 있어서 우리 동네 역시 온 길에 쓰레기다.

3월의 우도는 본 적이 없는 색상이다 갈 때마다 초록이 무성한 색상만 보다가 이번에는 봄이 아직 땅 위로 솟구치지 않아서 지난가을의 잔재가 남아서 누런 억새풀 묵은대가 조금은 쓸쓸한 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을로 내려가면 밭 사이사이 좁다란 길을 걷는 재미와 밭 가득 노란 유채꽃을 담고 있어서 그제야 봄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우도봉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언제 봐도 이쁘다. 보리밭, 마늘밭을 감싸고 있는 까만 담장은 땅의 경계라기보다는 퍼즐의 조각을 만드는 곡선같이 이쁘다.

그림 같은 들판을 지나 바닷가로 나아가면 그날의 날씨에 따라 달리 보이는 우도의 바다색이 오늘은 맑은 날씨여서 옥색 빛이 더 짙어서 청옥빛이다. 더구나 우도의 특징인 산호사의 하얀색과 모래 위의 얕은 물빛, 깊은 물빛이 다 다르고 가까이서 보면 안 좋지만 파도에 밀려 나온 해초가 한 가지 색상을 추가하는 자줏빛이어서 네 가지의 바다색이 둥그렇게 선을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제 완주를 위한 3개의 섬을 다 마쳤으니 나머지는 천천히 좋은 계절에 훌쩍 떠나서 즐겨야겠다.

성산항으로 가는 길

 

 

한적한 우도 올레길

 

우도봉으로 오르는 길

 

가을 같은 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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