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한라산 철쭉과 어승생악

반야화 2015. 6. 20. 07:26

6월이 되면 한라산 영실코스의 철쭉이 보고 싶어 진다.

꽃을 보기 위해선 6월 초에 가야 하기 때문에 12일이면 기대할 수었는 시기지만 제주에 와서 한라산을 오르지 않으면 뭔가 여행에서 핵심이 빠진듯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꽃을 본다는 기대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은 채 영실입구에서 코스 진입로까지 40분을 걸어서 가는데 길 옆에 군데군데 철쭉이 몇 송이가 보였다.여기에 꽃이 있다면 혹시 정상에도 있을 수 있겠다 싶어 이때부터 조금씩 기대감이 생겨서 더욱 힘을 얻어 오르는데 전 날 비가 와서 길은 촉촉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숲 속이 싱그럽고 풋풋한 향이 아주 좋았다. 계곡에는 제법 물까지 흐르고 새들도 때가 좋은지 짝 찾는 소리가 요란하다.

 

사방이 확 트인 경치 좋은 곳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한갓진 쉼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충전된 기운으로 중턱을 넘어서서, 하산하는 사람한테 물었다."꽃이 있었나요?" "네 지금도 한창입니다. 빨리 가세요"한다. 그 말에 우리는 너무 좋아서 마구 설레기 시작했다. 유월 중순에 아직 한창이라니...........

 

영실에서 철쭉을 가장 잘 보기 위해선 남벽 바로 아래까지 가야 된다. 아는 사람은 거기까지 가지만 모르는 사람은 대피소에서 보고 돌아온다. 물론 거기도 꽃이 있지만 남벽 아래까지 가기 위해선 윗세오름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약 30분가량 더 가야 한다. 너무 늦은 시간이면 통제를 하는데 꽃만 보고 되돌아온다고 하면 보내주기도 한다. 돈내코로 빠지면 날이 저물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게 이유다. 남벽 아래까지 갔더니 역시 철쭉이 너무 아름답게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다른 산은 꽃나무가 키가 커서 꽃 속으로 들어가면 몸이 묻히기도 하지만 영실 철쭉은 바람 때문에 키를 키우지 못하고 땅에 붙어서 피는 것같이 보여서 멀리서 보면 잎까지 함께 피어 마치 초록색 바탕에 수를 놓은 것 같이 보인다. 그 모습을 처음 본 친구가 너무 좋아해서 보람을 느꼈다. 가면서 즐기고, 오면서 즐기고 그 시간이 봄을 되돌리는 기분이었다.

 

몇 년을 영실코스를 오르면서도 어리목으로 하산해서는 곧바로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나가버려서 거기서 어승생을 들려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승생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어리목에서 어승생으로 가는 길이 있다기에 이번엔 꼭 가 본다는 마음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좀 열심히 걸었더니 어승생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어리목으로 하산해서 바로 맞은편 관리사무소 옆으로 입구가 있고 왕복 한 시간이 소요된다. 영실 정상까지 못 가는 사람들이 이 코스를 오르기만 해도 정상에서 한라산 백록담 남벽까지 시원하게 보이고 돌아서면 제주의 신, 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짧은 코스에 조망까지 훌륭한 꼭 한 번 들려보는 것이 좋다. 성판악을 오르다가 사라오름을 들려 가듯이 그런 코스다.

 

어승생악이란 어승생 오름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임금님이 타는 말이 나는 곳"이라는 데서 생겨났는데, 이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중앙의 한 관리가 역모죄로 누명을 써서 귀양을 오게 되었는데 이 관리는 오직 임금과 나라를 걱정하며 이곳에서 숨을 거두지만 "나 자신은 다시 태어나서 임금이 타는 말이라도 되어서 임금을 보필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이곳에서 아주 뛰어난 명마가 탄생하여 거닐고 있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저 말은 필시 그 관리가 환생한 말이다"라고 여기고, 이 말을 잡아 임금님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또한 일본군 진지가 있는데 굴 아래로 내려가서 창을 통해 보면 바다와 제주시가 다 보이기 때문에 감시하기에는 좋았겠지만 제주시민을 동원해서 그 좋은 자리에 만들어 놓은 흔적이 아직도 남겨져 있다는 게 제주의 상처였다. 가을 맑은 날에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어승생악으로 오르는 길, 여기도 분화구가 있고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기도 하는 곳이다. 어리목으로 하산하다 보면

멀리서 분화구가 보인다. 위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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