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거제, 통영은 같은 바다를 공유하며 땅을 나누어 각각의 다른 모습으로 국토의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는 해양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장식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를 지나가는 통영행은 말로만 듣던 거가대교를 통과하는데 그 아래 저도를 지난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대교는 40분 만에 두 도시를 연결한다고 한다. 깊은 해저를 지나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구간 일부를 투명하게 해서 심해를 느껴볼 수 있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마음속으로 그리던 통영은 무척 아름다운 풍경인데 어디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만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통영시장을 둘러보고 동피랑으로 올라갔는데 날씨가 너무 뜨거워 한여름 같았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벼랑)이라는 뜻이다. 올라가 보니 서피랑은 마을이 아닌 동산인 것 같아서 멀리서만 보고 내려와서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가는 길에 윤이상 기념관도 본 후 바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가서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연주를 봤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이번 통영여행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난 여기서 통영 아름다움의 대표적 풍경이며 통영의 자랑이자 랜드마크가 여기 있었구나 생각하니 애초에 생각했던 다른 곳은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시간여유가 있어서 일대 공원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먼 남쪽 끝에 멋진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인 음악당이 있는 것은 윤이상선생의 고향이고 그분을 기리기 위한 가장 좋은 것이 국제적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되었다.
통영국제 음악당이 있는 일대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앞 뒤로 바다를 펼쳐두고 있는 하나의 다른 나라 같았다. 공원도 잘 조성되어 있지만 음악당 뒤로 가면 해상공원의 아기자기한 섬들을 뒤에 벽처럼 세우고 가장 앞에 크게 보이는 한산섬이 있다. 원근의 거리차이로 보이는 짙은 청색과 초록의 어울림이 하나의 긴 능선으로 보이는 바다풍경이 수평선을 단절하고 한 폭의 한국화의 진경산수를 그려놓은 것 같았다. 이런 멋진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다면 그 감동이 누구나 배가 될 것 같았다.
통영시내
동피랑에서
윤이상선생 기념관, 기념관 안에는 유품이 전시되어 있고 바깥에는 독일에서 타던 승용차도 깨끗한체로 전시되어 있다.유품 중에는 평생 간직했다는 태극기가 있는데 조국의 하늘에 휘날리지 못하고 고이 접혀 있었을 것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통영에는 가는 곳마다 금목서가 있어서 도시 전체가 향기로웠다.
통영국제음악당
피아니스트 윤홍천 싸인받는 시간
통영국제음악당은 아주 작은 소리의 섬세한 울림까지 모든 악기의 소리를 공연장 구석구석에 전달하도록 설계된 클래식 전용공연장이라고 하며 매년 이곳에서 통영국제음악제가 개최되는 축제의 대표적 공간으로 최고의 장소인 것 같다.
촘촘히 세워져 있는 섬들이 이어져 보이고 앞부분에 크게 보이는 섬이 한산도다.
한산도, 이순신장군이 시를 저기서 지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오래 바라보며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미래사, 음악회를 보고 이튿날 통영의 중심에 있는 미륵산을 보기 위해 미래사를 기점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듯 들어가는데 좁다란 산길이 너무 이뻤다.
미래사 대웅전 아래 연못에서 거북이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미륵산 초입의 숲길
미륵산 가는 길
통영의 중심, 360도 조망할 수 있는 해상 국립공원과 통영시를 다 볼 수 있다. 이건 캔버스 없는 마음속에 그린그림이다.
통영에서 거제로.......
거제 바람의 언덕
어린아이만큼 이쁜 것도 없다. 너무 이뻐서........
학동해변 흑진주 몽돌
거제도 소금강인데 늦은 시간 이어서 배를 탈 수 없어 뒷면만 봤다.
통영에서 먹은 다찌, 이렇게 해산물이 계속 나오는데 이것이 첫 번째로 나오는 요리.
육식도 못하고 회도 못 먹던 내가 요즘 겨우 젓가락이 갈 정도인데 통영바다에서 맛있는 다찌를 앞에 놓고 있는데 입으로 가기 전 한강의 작품 중 채식주의자의 한 문장이 생각났다. 우리의 몸속에는 숱한 목숨이 걸려있다는 문장, 뼈와 살은 다 소화가 되어 나오지만 목숨은 몸속에 걸려있다는 내용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하필 이 음식 앞에서.......
여행 중에 한강의 노벨상 소식으로 신문의 전면을 채우다시피 하는데 부산에서 마침 딸이 사놓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고 채식주의자는 그보다 먼저 봤고 지금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는 중에 글을 쓴다. 너무 감사한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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