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지리산 바래봉

반야화 2014. 5. 14. 11:58

 오월 중순, 한국의 삼신산인 방장산의 신선은 어떤 모습일까 싶어 지리산으로 간다. 독일 시인 칼 붓세는 "산너머 저쪽"이란 시에서 산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기에/ 아~그를 남 따라갔다가/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산너머 저쪽 좀 더 멀리/행복이 있다고 말하네. 시인은 그렇게 행복 찾아 무작정 남 따라갔다가 행복을 찾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되돌아왔지만 난 산너머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가기에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 가는 길은 어떤 고난의 길이라도 기어이 그곳에 이르러 잠시 행복하려고 찾아간다.어차피 행복이란 순간의 연속이니까, 그 순간들을 늘려 가다보면 인생이 행복해지는 거다.

 

남원에서 정령치 휴게소까지 산속으로 들어가는 찻길은 마치 초록의 심연에서 점차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굽이굽이 올라간다. 차로 중간을 넘어서면 농수 용인 고기 댐이 나오고 댐엔 지리산의 짙푸름을 짜 내었는지 물빛조차 너무 푸르고 좋다. 그 무성한 숲길을 오르면서 이미  지리산의 수려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오르는데 휴게소에서 보는 지리산의 첩첩이 쌓이고 겹쳐지는 산 주름과 장대한 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야가 이미 행복의 초입에 온 것 같았다.

 

지난겨울에 지리산 종주를 할 때는 눈, 눈, 눈, 눈밖에는 없었는데, 산이란 같은 곳이라도 계절마다 찾아가 다른 모습을 다 봐야 제대로 그 산에 대해서 좀 안다고 말할 수가 있다. 아직도 난 지리산을 모른다.

 

이제 님 찾아가는 여정이 남았는데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 산너머 저쪽에는 님의 모습이 어떠할 까 상상하며 가는 산죽길이 시야까지 막아서 답답하고 지루하지만 행복이 있기에, 그걸 알기에 묵묵히 오르고 또 오른다. 다행히 비 온 후라 촉촉하고 맑은 바람이 등을 밀어 주어 그 지루한 길을 벗어나자 일시에 탄성이 쏟아진다. 전체의 풍경은 가까이에서 보다는 원경이 더 아름답다. 참 행복한 순간을 본다.

 

꽃 앞에서, 꽃 속에서 꽃을 온몸에 두르고 지나간 꽃다운 시절이 온 듯 아~~ 난 지리산의 품에서 행복했노라. 이 한순간 행복을 만들기 위함은 땀의 대가였다. 땀은 짜디짜지만 결과는 달디 단 하루였다. 잠시 왔다 가는 꽃도 좋지만 난 언제나 그 자리에 신령스러운 비경으로 영원할 지리산의 품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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