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청화산과 조항산

반야화 2014. 5. 28. 16:17

 시작점: 늘재-청화산- 암릉-조항산-삼거리 옥양.

이번 산행은 상주와 문경을 끼고돌면서 괴산에서 끝나는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다. 나에겐 꿈만같은 백두대간, 종주는 꿈이지만 그 꿈을 가능성만 열어둔 채 우선은 그 한 구간이라도 걸을 수 있음이 그 길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줄 연습 산행이다. 시작점에서 우뚝한 백두대간이란 표지석을 보는데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그 뒤로는 요즘은 보기 드문 성황당이 있다. 한 마을을 굽어보며 마을 수호신을 모시고 제를 지내던 신성시되던 곳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산꾼들의 의정표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신은 아직 마을을 버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계절의 여왕 5월, 그 여왕의 왕관과도 같았던 연분홍 꽃물결 그 아름답던 연달래의 축제는 끝나고 어여쁜 꽃송이는 여왕의 눈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누워 밟히고 있다, 한 철을 풍미했던 계절의 여왕도 왕관 같을 때는 발길을 멈추며 찬양했지만 떨어져 누우니 발길에 멍들어가는 거름이 될 뿐이다. 그렇게 오월의 끝자락을 음미하면서 오르다 보니 `정국 기원단`이란 표지석이 있다. 작은 글귀로 `백두대간 중흥지, 백의민족 성지`라고 씌어있다. 양 옆에는 이쁜 소나무 두 그루가 성지를 지키 듯 표지석을 받들듯이 기운을 돋우고 있고, 뒤로는 멀리에 속리산의 능선들이 한 번 다녀가라는 듯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언젠가는 가겠지, 아마 갈 거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다.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인데 바람의 질이 문제다. 먼지가 섞여서 그 좋은 풍경을 다 망치는 게 아닐까?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그러나 원경은 답답하지만 내 둘레는 여전히 짙은 녹음으로 감싸고 있어 스치면 파란 물이라도 들 것 같은 좁다란 길이 참 좋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작은 표지석이 오늘의 목적지 한 구간인 청화산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900미터가 넘는 높이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몸은 지치지 않았다.

 

청화산 찍고 이제 조항산으로 가는 길인데 짧은 암릉 구간에서 언제나 그렇듯 넘지 않을 수 없는 한 허리는 어디든 꼭 있다. 장애를 극복해가는 여정이 우리가 사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늘 비교가 되는 구간을 산에서 만난다. 이 구간은 제법 길 것 같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땀은 적셨다 말랐다가를 반복해서 컨디션을 조절해 준다. 길은 산책길 같이 좁다랗고 편안해서 바람이 세게 불면 두 팔을 벌리고 풍차 놀이도 해본다. 먼지 섞인 바람에도 향기가 있다. 찔레꽃은 꽃향과 추억의 향기를 함께 날려준다. 잠시 어린 시절이 스쳐 간다.

 

드디어 두 번째 목적지인 조항산에 다다르고 잠시 인증숏을 마치고 하산하는 지점인데 멀리 대야산이 명산 분위기를 풍긴다. 나에겐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산세를 보니 분명 유명한 산이란 걸 짐작케 한다. 저기도 또한 언젠가는 가겠지, 아마 갈 거야. 오른편으로 대야산을 끼고 조항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수월 치는 않다. 작은 돌멩이들이 발밑을 굴러다녀 3번 뒤로 주저앉았다. 힘겹게 한참을 내려오니 붉은 적송 길이 펼쳐진다. 해그늘이 되면 솦속이 너무 좋다. 그래서 느긋한 마음으로 음악까지 들으면서 하산 지점에 도달하니 괴산군 송면 저수지가 나온다. 바리케이드가 없는 곳으로 저수지에 내려가 물도 만져보고 데이지 만발한 꽃길을 가는데 그 길이 좋으면서도 사람 잡는 길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물과 꽃이 있는 저수지 길인데 따가운 햇살을 안고 가는 길이어서 음지에서 걷던 산행길에 비하면 이건 피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을 맞는 곳이다. 길이는 왜 그렇게 긴지.....

 

하루를 뜨겁게 마무리하는 구간에 그래도 살 방법은 있었다. 중간지점에 저수지 물이 새어 나와 개울을 이루고 깨끗한 개울물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잠시 발을 담그고 열기를 식혔더니 발끝으로 청량제를 끌어올린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걷는 길, 끝이 없네. 닦은 발이 다시 뜨거워져도 도대체 버스는 보이지 않고, 휴! 집어넣었던 스카프를 다시 꺼내서 해를 가리고 한참을 더 가니까 드디어 차가 반겨 주었고 선두로 하산한 팀들은 시원한 계곡가에 음료를 마시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난 꼴찌는 아니었어, 단체라는 것은 한배를 타면 모든 건 하나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지각한 분들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마침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곳이라 오히려 그 기다림이 쉬어가는 훌륭한 휴식의 시간이어서 참 좋았다. 백두대간을 맛보는 산행이 나의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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