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제천 동산과 청풍호

반야화 2016. 4. 13. 12:49

봄은 절대적 아름다움이다.

절대적 아름다움이란 순순하고 혼합된 것이 없는 아름다움의 자체, 어떤 장식이나 인위적 치장도 없는 신적인 아름다움이다. 오직 자연의 섭리와 순리로 이루어진 봄의 향연 앞에 서면 그 어떤 에술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연출에 숙연함이 앞선다. 그러나 꽃길은 자연을 빙자한 인위적 조성이어서 그 아름다움이 식상할 때도 있다. 요즘은 도시마다 고을마다 넘쳐나는 벚꽃 조성길, 누가누가 잘하나를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산벚꽃이 좋다. 작은 꽃과 이파리가 마치 옥수수가 터지고 그 끝에 달린 깍지 같은 이파리가 피어나면 막 터진 팝콘 같은 모양이 화려하게 뭉쳐서 피는 가로수 벚꽃에 비할바가 아니다.

 

짧은 봄은 머뭇거리다 보면 어느새 달아나기 때문에 한 주도 그냥 허송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전 날 경주에서 3박4일동안 고도의 봄을 즐기고 돌아와서 또 제천에 있는 동산, 작은 동산 산행을 했다. 결론적으로 산 이름은 야리야리한데 산세는 악산이다. 처음에 청풍호를 끼고 전망대마다에서 바라보는 청풍호 풍경을 같은 각도에서 같은 조망을 계속하면서 올라간다. 그다음에 청풍호를 등질 때쯤에 나타나는 클라이밍 구간, 어젯밤에 꿈속에도 나왔다. 꿈에서도 몸을 움찔할 정도로 아찔하고 작은 실수도 허용치 않는 그런 구간에서 클라이밍을 한다는 것은 스릴을 즐길 마음의 여유도 누리지 못한다. 참으로 넘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는 어떤 삶의 질곡 같은 구간이다. 그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일행이 다 무사히 하산해서 참으로 다행한 산행이었다.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을 닮지 않은 악산이다.

 

힘든 코스를 다 내려오니 안도감에도 다리가 후둘거리고 어느 정도 더 내려오면 맑은 계곡물이 나오는데 그 차가운 물에 고맙게도 내 육체의 고단함을 다 견디어준 발을 위해서 마치 성스러운 의식을 치르듯 발바닥을 식혀주며 깨끗이 피로를 씻어냈다. 그리고 긴 아스팔트 차도를 거는데 계곡 양쪽에는 진달래, 벚꽃, 소나무, 그 외에도 곁가지 잡목들에서 피어나는 봄의 수채화 같은 색상에 조명이 들어온 듯 햇빛이 비쳐 드니 절대적 아름다움의 연출이 너무 이뻐서 지나온 험로가 다 잊힐 정도로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꼈다.

 

오랜만에 밤이 아닌 석양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오늘도 산에서 하루를 거두어 집으로 간다. 그리고 당분간은 시작하는 봄과 끝나는 봄의 무대에서 마음껏 행위예술을 펼쳐야겠다.

 

 

청풍호

 

 

 

 

 

 

 

 

 

온전한 하나의 산 같은 글 라이밍 구간.

진달래의 자태

 

 

 

 

 

 

 

지나온 산봉우리

배바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던 그 배?

 

수채화 같은 봄의 색상

 

 

 

 

봉조 암,

 

 

 

 

 

 

어느 노부부의 포즈

금월봉, 땅 속에 묻혀있다가 세상 밖으로 드러난 금강산의 축소판이다.

시멘트공장에서 흙을 채취하다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발견자, 그가 예술가다. 훼손하지 않고

이렇게 신의 뜻을 받아들인 것 같이 보존되는 이 자연 예술품 정상에서 청풍호의 달빛을 바라보면

그 월색이 어떠할까!!

 

차창으로 찍은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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