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은 춘사불래춘이고 계곡은 먼저 깨어나 힘찬 물줄기로 흘러내리면서 봄의 왈츠를 부른다. 계곡에는 녹다만 눈이 거품처럼 끼어 있고 산기슭 언 땅은 물소리에 깜짝 놀라 봄이 온 줄을 알았는지 뭇 생명들의 입김이 긴 고드름으로 흘러내리는 춘사불래춘이라도 봄은 분명 시작되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이면 내 터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난다는 기대감이 늘 있기 때문에 흐르는 세월 원망할 틈이 없다. 산에서 고지를 바라보며 고된 발걸음을 할 발씩 옮겨놓으며 드는 생각은 그랬다. 이제까지 지나 온 내 발자국을 다 연결하면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 그 걸음에는 얼마나 많은 땀이 배어 있었을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 발걸음의 반은 산천에 길게 걸어놓은 게 아닐까 싶다. 아직도 더 길게 이어놓을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어제도 1400 미터의 정상을 향해 한 발씩 이으면서 문득 지나 온 자취를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올랐다.
경남 거창에 있는 금원산이다. 워낙 자주 원정을 하다 보니 이제는 차 타는 시간이 별로 길다는 생각도 안 든다. 생소한 산 이름에는 어떤 기대감이 있지만 볼거리도 없는 삼월의 산이란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하지만 땅 속에서 솟구치는 기운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게 호흡 속으로 들어온다. 그러기에 눈으로 보는 풍경보다도 더 귀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된 거지. 자연이 주는 데로 받을 수 있는 것도 내가 그곳에 가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삼월의 산은 눈으로 보지 말고 발걸음에 주력하면서 숫 구치는 기운을 가슴으로 끌어올리는 기운을 느끼면서 걷는 게 좋다. 만삭의 산이 곧 잉태한 생명의 태동이 시작되는 이 시기야말로 얼마나 많은 기운이 생성되겠는가. 산천초목이 길게 뿜어내는 호흡을 얻어 마시면 드디어 나의 심신에도 봄이, 그 기운의 흐름을 느낀다.
마을을 가운데 끼고 있는 거창 들판에는 두 개의 저수지에 물이 가득하고
반듯반듯한 농토의 경계가 그림 같다.
현성산 꼭대기
서문가 바위
금원산 팔부능선부터 산죽길인데 그 억센 뿌리가 사람에게
길을 내어주는 걸 보면 사람의 발길이 산죽보다 더 억새 다는 생각이 든다.
기백산 가는 능선이다. 금원산의 옛 지명인 검은 산같이 보인다.
금원산 정상에서 보는 덕유산 방향의 원경.
오늘의 여정을 파노라마로
기백산 가는 능선
주종을 이루는 나무들의 단일 색이
마치 아침이슬이 내려앉은 것처럼 반짝이는 고운 입자 같이 보이는
겨울산의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겹쳐지면서 드러나는 나목의 변신
계곡으로 내려오니 하루해가 저문다.
유안청폭포 지난주 직소폭포는 물줄기가 소로 바로 떨어지면서 우렁찬 소리를 내는 거에 비하면
이곳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차이가 있고 물줄기 옆으로는 눈도 폭포다.
자운 폭포
솔 씨 하나의 생명력
거품 같은 잔설
금원산의 이름이 유래된 금빛 원승이
우리나라에도 야생 원숭이가 살았을까? 금빛 원숭이가 살았다는 금원산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