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내변산에서 봄마중

반야화 2016. 3. 9. 14:29

코스:넘 여치-직소폭포-재백이 고개-관음봉-내소사

산행을 하다 보면 계절마다 앉아서 맞이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직접 나서서 마중하고 배웅하기 때문에 남보다 먼저 계절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올봄은 남쪽으로 내려가서 변산에서 봄 마중을 한다. 변산은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누어지는데 내변산은 안쪽 산악지대이며 외변산은 바깥쪽 바다 주변이다. 오늘의 볼거리는 단연 변산바람꽃과 노루귀다. 복수초는 늦은 감이 있고 바람꽃과 노루귀는 이른 감이 있지만 행운을 바라며 산행이 끝날 때까지 바닥을 유심히 보며 갔지만 봄 야생화는 보지 못했고 내소사에서 희고 붉은 매화와 산수유꽃을 볼 수 있어서 봄 마중이 헛되진 않아서 봄을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월명암 입구로 입산을 하는데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녹은 땅에 빗물이 스며들어 땅에서 나오는 촉촉하고 싱그러운 봄맛이 베인 공기가 너무 신선하다. 나직한 산책길 같은 산길을 한 시간 정도 걸으면 오늘의 주봉인 쌍선봉 근처에 이르지만 미미한 존재감 때문에 그냥 지나쳐 걸어서 월명암에 이른다. 암자 주변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상사화의 잎들이 새파랗게 돋아나고 앞마당에 들어서면 삽살개가 무심히 맞는다. 상사화는 왜 절집 주변에만 포진해 살까? 아마도 비련의 주인공과도 같은 사연 한 가지씩은 있을법한 비구와 비구니를 닮았다는 상징성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월명암을 통과해서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 보면 아늑한 암자의 전경이 나른하게 보인다.

 

산책길을 걷듯이 지나온 길은 이제부터  마치 산행이 끝나고 하산하는 것처럼 내리 꽂히는 길이 끝나면 봉래구곡이 시작되고 산속 깊숙이 낮은 곳에 저수지가 보인다. 이 저수지는 직소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을 고스란히 담아 그 넓고 깊은 보를 채우고도 남는 물이 둑을 넘쳐 내린 것도 폭포가 되는 걸 보면 비가 많이 온 모양이다. 고된 산행 중에 만난 깊고 푸른 물을 보니 피로감이 다 날아가고 마음 가득히 봄 물이 오르는 것 같다. 저 맑은 물이 근원이 되어 봄의 생명이 되고 온 산천의 혈이 되어 흐를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저수지의 데크 산책로를 따라 계곡으로 더 들어가면 먼저 선녀탕을 이루는 작은 폭포를 지나면 드디어 큰 물줄기가 멀리서도 직소폭포구나 하는 느낌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차분히 지나온 발길이 갑자기 호연지기가 솟구치는 전율이 느껴진다. 더 가까이 가서 전망대에서 힘찬 폭포의 물소리를 배경으로 점심을 먹고 폭포 바로 아래까지 가서 보면 몇십 미터의 물줄기가 굉음을 내면서 수직으로 쏟아지고 그 물이 소를 이루는 맑은 물빛이 너무 장대해서 과연 변산팔경이구나 하는 산경에 황홀감으로 젖는다.

 

직소폭포를 지나면 여느 계곡과는 다른 모습의 물이 여울져가며 흐른다. 깎아지른 곳도 없고 깊이 파인 곳도 없이 맑은 물이 마치 앞 개울처럼 잔잔히 흐른다. 이 물줄기가 끝나는 지점까지 오르면 여기서부터는 다시 등산하는 것처럼 관음봉까지 올라간다. 깊숙이 내려왔다가 그만큼 다시 올라가는 길이어서 관음봉에 오르는 길이 너무 벅찼다. 막상 관음봉 정상에 가니까 높이가 500미터도 안 된다. 마치 앞에 숫자 1이 지워진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올랐는데 날씨가 흐려서 곰소만의 풍경이 흐릇해서 너무 아쉽다. 그런데 하산도 결코 쉽지 않았다.

 

관음봉에서 내소사의 전경을 보고 내려와서 천년고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잠시 들렸더니 봄은 거기에 있었다. 까만 나무속에 어쩌면 요렇게 이쁜 꽃이 들어 있었는지 하얀 매화와 홍매화가 피었고 노란 산수유도 물방울처럼 조롱조롱하다. 이쁜 꽃들은 단청도 입지 않은 퇴색된 전각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듯하고 고즈넉한 무채색의 전각들은 앞마당에 천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느티나무의 신목과 구도의 신심으로 관음봉 아래 중생의 삿된 마음을 씻어주는 자애로움으로 봄깥이 따뜻하게 사람을 품어 아는듯하다.

 

변산 8 경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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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웅연조대

줄포에서 시작하여 곰소를 지나는 서해바다의 정경, 곰소만에 떠있는 어선들과 또 어선에서 밝혀내는 야등이 물에 어린 장고 나과 어부들이 낚싯대를 둘러메고 청량가를 부르는 경치를 제1경으로 꼽았다.

2경:직소폭포

내변산의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직소폭포는 변산의 경관 중에서 으뜸으로 '예부터 직소폭포와 중계계곡의 선경을 보지 않고서는 변산을 말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3경:소사 모종

관음봉 아래에 곰소만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리하고 있는 천년고찰 내소사, 경내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해질 무렵 어둠을 뚫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에 신비로운 정경을 제3경으로 친다

4경:월명 무애

월명암에서 바라보는 변산의 구름바다 월명암에서 떠오르는 달을 쳐다보는 경치가 좋지만, 이른 아침 떠오르는 해와 함께 봉우리마다 자욱한 안개와 구름이 춤추는 듯한 구름바다 또한 변산의 명승이다.

5경:서해 낙조

예부터 낙산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비경으로 꼽았다. 변산의 낙조대에 서면 멀리 서해에 점점이 떠 있는 고군산도와 위도의 덩어리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마지막 정열을 불태운 불구 슬이 진홍으로 물든 바닷속으로 빠지는 장관이다.

6경:채석범주

억겁의 세월을 파도에 씻겨 온 바위는 지쳐 깎이고 씻겨 해식 단애의 아름다운 절벽을 이루었으며, 절벽은 다시 씻겨 동굴을 이루었다. 이렇듯 대 자연의 신비와 비밀을 간직한 채석강은 외변산 제일의 경관이다.

7명:지포신견

변산면 지서리를 예전에는 지지포라고 했다. 지포에서 쌍선봉으로 향해 오르노라면 벌써 시원한 바닷바람이 발길을 멈추게 하며, 휘감고 도는 수많은 봉우리들 사이로 서해의 선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8경:개암 고적

개암사는 변산의 상징인 울금바위 아래에 자리한 천년고찰로 깊은 역사와 찬란했던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그 옛날 백제 유민들이 백제의 부흥운동을 전개한 본거지이기도 하며, 울금바위의 위용과 주류성의 자취는 그윽한 역사의 향기를 풍기고 있다

월명암 상사화

월명암

 

월명암 전경

 

 

 

직소보 저수지

 

선녀탕

변산팔경의 직소폭포

 

 

 

 

 

 

 

 

 

 

관음봉에서 보는 곰소만

관음봉

 

 

산 위에서 보는 직소보

 

내소사 전경

 

 

 

 

 

 

 

 

 

 

 

 

 

 

 

 

 

 

 

 

 

 

일주문의 전나무숲길

내소사 상사화 잎

 

내소사 마당에 있는 천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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