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내 블로그는 봄을 맞아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채색이 시작된다.
지루한 무채색의 긴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유채색으로 세상을 채색해가는 계절이 시작된다. 진달래의 분홍빛은 전체적으로 채색되는 게 아니라 봄을 전해주는 전령사로서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그 역할이 끝나고 진달래가 무대에서 사라진 뒤 본격적으로 4계절의 아름다운 채색을 지켜보는 나날들이 가을까지 이어질 파노라마의 물결에 휩쓸려가는 초입에 서 있다. 그런데 그 시작이 요란하다. 달마산에서 봄의 전령사를 그렇게 위태롭게 만난 뒤 이어진 강진의 주작산도 위태하게 만난다는 것은 올 한 해 산행은 어렵게 시작해서 쉽게 끝남을 예고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작산(해발 428m)은 이름에서도 풍기듯이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이다. 산마다 처음으로 명명될 때는 다 무슨무슨 형상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만 정작 올라보면 그 형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주작산 정상에서 보는 전체적인 형상은 말 그대로 주작의 양 날개가 한눈에 보이고 주작산은 그 몸통에 해당하는 듯했다. 봉황의 우측 날개 부분은 해남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이며 좌측 날개는 작천소령 북쪽에서 덕룡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산 전체를 봉황의 양 날개와 몸통으로 덮여 있는 것 같은 형상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동되었다.
주작산은 달마산과 지나가는 여정의 등산로와 산세와 풍경까지 많이 닮았다.암릉구간이 한눈에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그다음 봉우리가 보이고 하나하나의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끝일 것 같으면서도 다시 이어지는 암릉이 여러 개가 이어지는데 우회하는 길도 없이 마치 도끼날을 잘 갈아서 하늘을 향해 진열해놓은 것 같이 날까롭고 딛는 것조차 쉽지 않은 길을 다 지나가야 된다. 지나면서 그 과정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소멸을 위해서 단계를 밟아가는 사바의 길 같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과 천당 사이에 있는 연옥으로 가는 길과도 같았다. 천당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죄를 소멸해 가면서 연옥에 이르러야 하는 길이 평판 할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 험난한 길을 다 지나면 비로소 바위 하나 없는 극락과 천당 같은 주작산에 이른다. 이제까지 힘들게 거쳐온 온몸의 피로를 다 풀면서 조용하고 편안하고 한가로운 흙길을 걸으니 얼마나 좋던지 극락이나 천당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거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힘들면 그것이 지옥이고 가장 행복하고 마음이 편안하면 그 순간이 바로 극락이요 천당이라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 쯤은 꼭 가봐야 할 산이었으나 내 가족한테는 가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돌아올 때까지 걱정될 것 같아서. 그러나 다 끝나고 뒤돌아보니 막 피어나는 나무의 잎들이 단일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마치 하늘에서 초록 구름이 내려앉은 것처럼 몽글몽글하게 이쁜 모습으로 봄물을 들이고 있는 시작되는 봄을 본다는 것이 꽃만큼이나 보기 좋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각시붓꽃
우리의 멋진 서대장님
단풍 같은 마삭덩굴
거대한 봉황의 날개에 비해 너무 왜소한 몸통 부분이 이 작은 표지석으로 알 수 있게 숲 속에 숨어 있었다.
A코스 지나온 능선,
봉황의 왼쪽 날개에 해당하는 작천 소에서 시작하는 능선도 주작산 정상에서 한눈에 보인다.
B코스 지나온 남주 작산 능선,
봉황의 우측 날개에 해당되는 오 소제에서 시작하는 능선을 한눈에 보이는 주작산 정상에서 본 그림
주작산 오르는 편안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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