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18-1코스

반야화 2015. 9. 30. 12:36

2015.1.28일

코스: 추자항-봉골레산-순효각-추자등대-추자교-목리 교차로-신양항-모진이 몽돌해변-환경헌의 묘-예초리 기정길-예초 포구-엄바위 장승-돈대산-담수정.

 

첫날 일정,친구와 함께 한솥밥 먹고 한 이불 잠자면서 즐기는 유일한 여행이며. 우리에겐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설렘,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일어나는 부푼 마음이다.  추자올레를 걷기 위해서 이틀 동안 예행연습을 하는 올레를 2번 걸었다. 추자올레는 코스가 길기도 하지만 들어가는 배편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없기 때문에 느긋하게 1박을 하면서 낙조까지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올레꾼들에게 회자되는 올레의 완주를 위한 필수코스다.

 

제주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넘게 가야 하는 섬, 상추자와 하추자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이 사는 곳이 4곳 무인도가 38개나 되는 곳을 다 합쳐서 추자도라고 한다. 길에서 만난 주민인 할머니는 유배지 같은 첩첩산중에 뭐 볼 거 있다고 왔냐고 하신다. 바다에 의지해 바람과 싸워 온 척박한 삶에 풍경이 무엇인지 자연이 무엇인지 어떻게 알고 살았겠는가? 그들에겐 그저 생을 가두어버린 감옥 같은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곳에 우리는 자연과 삶이 공존하는 풍경을 보기 위해 사치를 부리러 가는 것이다. 삶이나 사물의 가치 기준은 객관적이나 행복은 철저하게 자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하찮은 것이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일부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척박한 삶을 엿보는 여행은 겸손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

 

추자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고 시작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 참조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입맛을 돋우고 생선도 푸짐하게 차려져서 어느 때보다 맛있게 먹었다. 들머리는 추자 초등학교 옆으로 오르는 길이 있고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 최영 장군 사당이 있다. 최영 장군은 탐라에서 난을 진압하던 도중 이곳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어망을 만들어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 은혜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이라고 한다. 사당 지나서 해안 절벽에 오르면 추자도의 첫인상인 넓은 바다가 펼쳐져 멀리에는 진도와 보길도까지 보이고 작은 무인도가 몇 개 떠 있는데 바다를 건너고 바다를 만지면서 왔지만 언덕에 올라서 보는 추자의 바다는 옥빛에 은파가 일고 있는 드넓은 시야가  감탄이 쏟아져 나오게 했다.

 

바다를 끼고 시멘트 길인 소방도로를 따라 오르고 돌다 보면 나바론 절벽을 지나고 상추자도 정상에 있는 등대 홍보관으로 간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다리로 연결된 하추자도를 조망할 수 있다. 두 개의 산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산자락엔 옹기종기 이쁜 지붕들까지  멋진 풍경의 일부가 되어 있고 바다에는 여러 개의 섬들이 한눈에 보이는 사자바위와 이름 모를 섬들이 다도해의 멋진 풍경이 모여 있다. 숫한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지만 낮은 곳에서 보던 수평선에 비할 수 없는 넓은 바다면적을 보면 지구 표면에서 어떻게 우주공간으로 쏟아지지 않고 저런 모습을 만들 수 있는지 신비로운 중력의 힘을 본다.

 

등대전망대를 내려와 추자교를 건너서 다시 산으로 오르는데 목리 고갯길이다. 여기서 목리까지 가는 길에는 가을 한 철을 풍미하던 억새 군락이 꽃은 지고 대만 남아 서로 서걱이면서 부대끼고 그 사잇길을 걸으면서 사람도 억새와 어우러져 늦가을 같은 그림이 된다. 오늘의 일정은 목리에서 끝내기로 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낙조를 보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다. 낙조를 보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봉골레산 낙조대로 가서 기다리는데 일출과 일몰의 차이점이라면 일출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평선을 주시하고 있어야 하는데 일몰은 서서히 수평선이 붉게 짙어져 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보는 차이다. 그래서 일시에 터지는 환호성 같은 건 없고 밝음과 하루를 거두어 바다로 지는 하루의 끝을 보는 순간이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과 함께 나의 길을 시작할 것이다. 추자도의 낙조 , 너무 황홀했다.

 

 

 

 

 

 

 

 

 

 

 

 

 

 

 

 

 

 

 

 

 

 

 

 

 

 

 

 

 

 

 

 

 

 

 

 

 

 

 

'제주의 사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올레 17코스  (0) 2015.09.30
제주올레 18코스  (0) 2015.09.30
추자도 이틀째(하추자)  (0) 2015.09.30
제주올레 19코스  (0) 2015.09.30
제주올레 20코스  (0) 201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