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9일
어제에 이어 연이틀째 제주올레 17코스를 가는 날이다.
코스: 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관덕정-용두암-레포츠공원-도두봉-이호 태우 해변-외도 월대-무수천 숲길-광령1리 사무소.
오늘도 역시 역 올레를 하는데 가을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역 올레는 하루 종일 해를 안고 가기 때문에 더운 날에는 힘든 행로다. 17코스는 제주 도심에서 시작한다. 이제는 정비가 되어서 옛 자취를 설명 없이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구 제주 도심 유적지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알 듯 모를 듯 되짚어 보면서 걷다 보면 바닷가로 나가 진다. 첫 번째 만나는 바다 풍경이 용두암인데 그곳은 언제나 외국 관광객이 내국인보다 더 많아서 카메라 셔터 한 번 부탁하기도 힘든 모양이다. 나를 힘들게 만났다면서 한 번 부탁한다고 했다
용두암에서 출렁거리는 용연다리를 건너 레포츠공원까지 가는 해변길에는 재 주어로 쓰인 좋은 말들이 새겨져 있어 가이드의 풀이를 듣고 익히면서 한참을 걷다 보면 어영소공원이 나오고 거기서 우리는 전 날 함께 걸었던 가족 일행을 다시 만났는데 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반가웠다. 공원에서 잠시 쉬어 바닷가를 더 걸으면 도두봉에 이른다. 제주의 오름은 거의 분화구가 있는데 이곳엔 움푹 파인 분화구가 없어서 섬의 머리 같은 봉이란 뜻으로 도두봉이라고 한단다. 어제에 이어 날씨도 너무 좋다. 빛이 좀 따갑긴 하지만 궂은날이 많은 제주에 이 정도면 최상의 날씨다. 그래서인지 도두봉에 소풍 온 노란 병아리들의 재잘거림을 들었다. 도두봉을 내려서니 점심때가 되었는지 시장기가 돈다.
지방마다 시장이 볼거리다. 지역특산품도 보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에 전부터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오늘은 마침 점심을 제주 민속 오일장에서 개개인의 입맛에 맜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난 해물칼국수를 먹었는데 쫄깃쫄깃한 면발과 국물 맛이 일픔이다. 이곳은 올레코스엔 포함되지 않은 것 같은데 오일장은 다 가보고 싶은 곳이니까 약간의 이탈을 해서 들렸는데 알고 보니 스쳐 지나는 곳이 아니라 들어왔던 길로 다시 동그라미를 그려나가는 길이어서 시간이 좀 지체되는 것 같았다.
처음 가는 길이란 그 끝을 모르기 때문에 느긋할 수도, 조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럿이니까 두려울 것이 무엇이랴, 금강산도 식 후견인데 속도 채웠겠다 느긋하게 걸어서 이호 해변을 거쳐 들판을 가로질러 외도 월대로 가는 길이다. 월대란 이름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지는 곳인데 일행 중에서 가족팀은 더 이상은 무리일 것 같아 도중하차하고 나머지 팀이 가는데 아차 하는 순간에 길을 잘 못 들어 한참을 돌았던 것 같다. 알작지 해변을 지나 내도동 어디쯤에서 다리 밑으로 돌아 나가야 되는데 그냥 쭉 가버렸다, 그랬더니 올레 표시 리본이 아무리 찾아도 없고 결국 그곳 내도동 사소에서 길을 물어 겨우 개천 따라 쭉 걸어가니까 월대가 나왔다. 이름만큼이나 운치 있는 곳이었다.
월대를 지나 무수천길로 들어서는 과정에 날이 저물어 서쪽하늘이 아름다운 노을을 드리우고 한라산 정수리까지 지는 해가 조명이 되어 불그레한 빛을 받아서 멋진 모습을 연출했다.그런데 숲길에서 그만 해가 퐁당 빠져버리고 빛의 여운까지도 살아져 어두워져 버렸다, 그나마 여럿이니까 두려움 없이 핸드폰 플래시 불빛으로 가로등도 없는 숲길을 가는데 미명을 울리는 풀벌레 소리만 가을밤 정적을 노래하고 있었다. 한참 후 드디어 무수천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대로가 나오고 길도 밝아져 두려움은 사라졌는데 긑지점인 광령1리로 가야 하는데 방향을 찾지 못해 상가에 물어서 겨우 숙소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길,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이 여행이다. 그것이 어떤 길인지 다 알고 간다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나들이 정도가 될 것이다. 모르고 가는 길은 우리가 이 땅에 내려서는 순간 주어진 숙명의 길이기도 하다. 잘 가면 인생을 잘 사는 것이겠지만 오늘처럼 헤매다 헤매다 길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고난과 행복을 오는 데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악전고투를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의 의무까지 부여받고 가는 것이 인생길이란 생각이 든다. 지나고 나면 이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함께 길을 찾아 헤매던 사람까지도 떠올리면서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제주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힘들면서도. 함께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길동무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 밤은 숙면으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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