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제주 연안여객터미널-사라봉-곤을동 4.3유적지-화북포구-별도연대-삼양 검은모래해변-원당봉 입구-불탑사-
신촌가는 옛길-닭모루-신촌포구 대섬-연북정-조천 만세동산
날씨 참 좋다. 맑고 푸르고 포근한 제주,이 좋은 날에 친구와 함께 가는 길은 그동안 고행같았던 혼자의 길에 비하면 더 길지만 마음의 거리는 단축되는 느낌이다. 이번 18코스 길은 아름다운 절경과 제주도민의 아픔을 느끼는 유적지를 보면서 격세지감의 길을 걷는 곳이다.
시작점이 제주시에 있어서 도심을 거치면서 바다로 나아간다.동문로터리 산지천 마당에서 시작해서 동쪽 방향으로 걸으면
제주항 오른쪽에 있는 사라봉으로 오른다.사라봉은 도심 속에 있어서 정상에 서면 제주항과 시가지가 다 보이고 돌아서면 멀리 한라산까지 보이는 동네공원같은 곳이어서 산책 나온 주민들이 많은 곳이다. 처음으로 만나는 곳이 칠머리당터인데 여기서 음력 2월초에 영등신을 맞이하고 14일에 영등신을 보내는 송별제를 지내면서 해신께 선주,어부,해녀들의 무사안녕을 빌던 곳이라 한다. 사라봉 옆구리로 이어지는 별도봉 가는길은 두개의 봉우리를 이어놓은 해안 절벽을 끼고 좁다란 산책로를 걸으면 바다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사계절이 푸른 제주지만 아직은 한겨울인데 길가의 잡초에서 풋풋한 봄향기가 물씬 풍긴다.
별도봉을 내려오면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에 4.3유적지인 곤을동이 있다. 한동네 전체가 동시에 멸망하는 끔찍한 역사의
아픔이 돌담 사이사이 곳곳에 베어있다.얼마나 한스러웠을까? 무슨 천재지변도 아니고 전쟁도 아닌데 한 마을이 일시에
파괴되는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자국민들 사이의 사상문제로 생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라니......
그 분노가 아직도 대를 이어가고 있으니 제주사람들은 육지것들이란 표현으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외부사람들을 대했지만
이제는 밀려오는 육지것들의 힘을 막을 수 없어 삶의 터전을 조금씩 내어 주면서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픔을 뒤로 하고 화북포구를 지나면 별도연대와 검은모래 해변이 나온다. 해변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돌담으로 쌓은 성이
나오는데 환해장성이다.해안선 300리를 돌담으로 쌓아서 외세침입에 대항했던 이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란 걸 알았다.
바다를 지나면 마을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면 들판이 나오고, 바다,마을,들판을 들락날락하는 동안에 화북동,삼양동.신촌동을 다 지난다.마을에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거의 없다.그래서일까 마을이 너무 깨끗하다.쓰레기
한 조각을 본 적이 없다는 게 마치 그림에 나오는 마을의 조감도같이 이쁘고 다정하다.제주의 본 모습을 담고 있는 작은 섬집들이 얼마나 더 보존 될 수 있을까? 마을 곳곳에 현대건축이 멋스럽게 들어서 있지만 보기 좋기는 커녕 아름다운 마을에
어떤 이물질처럼 오히려 흉터를 남기는 듯했다.
3개의 마을을 지나면 원당봉이 나온다.이곳에는 각 종파의 사찰이 사이좋게 마주하고 있다.조계종인 불탑사,태고종인 원당사, 천태종인 문강사가 있어 사찰마을같이 보이고 유일하게 제주다운 현무암으로 된 5층탑이 보물이기도 하다. 원당봉을 지나면 들판에 무우밭과 파밭,콜라비,보리밭등 한겨울에 초록색 들판이 펼쳐진 가운데 신촌가는 옛길이 있다. 제주에는 제사가 있으면 집안 뿐 아니라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다고 힌다. 그래서 들판을 지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듯 하지만 저녁에 어두운 들판을 나란히 지나는 촌락의 풍경이 정겹게 그려지는 곳이다. 제주에는 같은 날에 제사가 많은데 그 이유는 4.3사건의 유족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참으로 슬픈날이다.
들판까지 마저 지나고 나면 다시 닭모루가 우뚝한 신천포구가 나오고 여기서 마을쪽으로 향하면 버스정류소가 있는데
오늘의 코스는 18킬로가 넘기 때문에 여기서 끝지점을 남겨놓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추자도 18-1코스의 거리를 생각하면 내일을 위해서 힘을 좀 아껴둘 필요가 있어 집으로 왔다.
별도 환해장성
곤을 환해장성
검은 모래 해변
신촌가는 옛길
닭모루
이번 여름에 올레길을 걷다가 길가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문주란꽃을 난 처음 보았다. 신기하게 사진을 찍으니 옆에 제주도민이 구좌읍 하도리 토끼섬에 가면 자생지가 있다고 해서 그때부터 마구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고 어떻게 가는지 몰라 열심히 검색을 해봤더니 쉽지가 않다. 해안에서 50미터 떨어져 있어서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사람도 있고 물이 찻을 때 낚싯배를 오만 원 정도 지불하고 갈 수 있다는 사람, 그런데 토끼섬이 올레21코스에 들어있는 걸 알았다. 분명 처음으로 걸었던 21코스를 혼자 갔을 때 못 봤는데 그러니까 어디를 가든 정보를 알고 가면 놓치는 게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혼자서 처을으로 올레란 걸 걸으면서 21코스에서 놓친 게 많아 이번에 토끼섬도 볼겸 재도전을 했다.
제대로 볼 걸 다 보면서 해변을 열심히 걸었다.그리고 토끼섬 근처까지 갔는데 마침 물이 빠져서 가까이까지 갔더니
물 빠진 바닥에 징검다리같이 돌이 죽 연결되어 있었지만 정작 바로 앞에는 제법 물도 깊어 보이고 돌다리도 끊겨 있어
멀리서만 바라보고 최대한 카메라 랜즈를 당겨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야 했다.
2015년 8월 8일
여기서부터 지난번 못다걸었던 대섬에서부터 여름에 다시 걸었다.
만세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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