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 19코스

반야화 2015. 9. 30. 12:35

2015.9.16일

오늘은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시작한다. 드디어 오늘 완주를 하는 날이다. 올레길 4개를 연달아서 걸었더니 발가락은 다 상처를 입었고 발가락마다 달래면서 밴드를 감아주고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걷는다. 오늘의 시작점이 조천 만세동산이다. 나도 그동안의 고생이 끝나는 날이어서 마음껏 만세를 부르고 싶은 날이어서 참 특별한 장소다. 그러나 만세의 질은 너무도 다르다는 게 선조님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만세를 불렀던 함성이 곳곳에 배어 있는 곳인데 오늘의 나는 내 개인의 행복과 성취감에 젖어 만세를 부르게 되었지만 어찌 그날의 감사함을 되새기지 않을 수가 있으랴!

 

조천 만세운동은 1919년 3월 21일 당시 미밋동산에 김장환 등 핵심 인사 14명과 인근 지역의 서당 생도와 주민 등 700여 명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만세'라고 쓴 혈서와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쳤던 운동이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성지이자 화합의 공간으로 만들어 해마다 이곳에서 그날의 3.1 정신을 되새기는 제주도민의 자랑스러운 곳이며 애국의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곳이다.

 

만세동산 뒤편으로 나가면 무성히 자란 수풀 길을 지나 바다 길로 이어지는데 다음 지점인 관곶에 이른다. 관곶의 작은 바위섬이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해남)이라고 한다. 여기는 카페와 숙소도 있고 전망대와 그네도 있어서 우리는 잠시 빈 그네에 앉아 흔들리며 쉬는데 일어 나가가 싫었다. 그대로 바람 타고 잠들고 싶을 정도로 피로가 쌓여 있었다. 그래도 일어나면 거뜬히 걷을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게 얼마나 다행한 몸인지 내 몸에 감사하면서 걷는다. 해변을 따라 걸으면 신흥리 해수욕장이 나오는데 이곳은 물이 깊어서 위험하다는 표시가 있어서인지 사람도 없고 한가하다. 코스 반 이상이 바닷길인데 멀리에 함덕 바다가 보인다. 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곳인데 해변과 물빛이 너무 고왔던 기억이 있는 바다다. 멀리서 보면 바닷속으로 쑥 들어간 섬 같은 곳에 나를듯한 구름다리를 보면서 계속 걸으면 기억에서와 똑같은 해변과 옥같은 푸른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해변에는 파도가 장난을 치면서  바닷속이 궁금한 모래가 멀리까지 들어가고 싶은데 모래알이 조금 깊이 밀려들어가나 싶으면 다시 파도가 밀어붙여서 그 고운 백사장은 영원히 심연의 깊은 곳은 모른 채 해변에만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우봉을 오른다. 해변에 솟아 있는 서우봉 정상에 서면 비췻빛 아름다운 바다에 놓인 구름다리와 해변에 모여 있는 함덕 마을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이 제주바다를 먼저 본다면 아마도 바다는 다 이렇게 고운 줄 알고 서해 쪽에서 실망하게 되겠지, 섬 한 바뀌를 다 돌면서 바다를 많이 보지만 아름다운 풍경이 너무 많고 다 좋다. 서우봉에서 내려오면 북촌마을로 이어진다. 북촌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들판과 숲길이 이어진다. 김녕 농로에는 밭작물의 수확이 끝나고 무슨 싹 인지도 모를 채소들의 새싹이 팥고물 같은 검은 밭에서 이쁘게 떡잎을 내밀고 있다. 농로를 다 지나면 오늘의 종점이자 나의 완주의 꿈이 이루어지는 끝 지점인 남흘동이 나온다.

차도를 건너 바닷가로 나가니까 드디어 종점이 보인다. 그곳의 간새 말은 유달리 이쁘게 보인다. 마음이 기쁘면 모든 것이 이쁘게 보이지 않더냐?

 

 다 해냈다. 아! 이 얼마나 감동적인 순간인가! 아무 탈 없이 총 26개 코스, 그중에서 본 코스가 21개, 알파코스 5개이며 섬까지 코스가 있어서 추자도며 우도며 가파도까지 다 가보고 참으로 행복한 고행의 길을 끝냈다. 그 감동의 순간을 축하해주는 친구가 동행해서 더욱 좋았던 추억이 되었다. 그 기분을 살려서 우리는 동복리 바닷가 또바기 카페에서 커피로 축배를 들었다. 영원히 기억될 완주의 축배, 자연 씨 감사해요.

 

 

 

 

조천 만세동산에서 나도 완주를 위한 마지막 코스에서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관곶에 있는 그네

 

엄마하고 즐거운 장난

 

 

 

물에 잠겨 있는 방사탑

 

 

함덕 마을의 섬집

 

 

 

 

함덕 서우봉 바다

김만덕 동상

 

 

 

 

 

 

 

 

 

 

 

 

돌고래 조각을 하는 모습

 

 

 

완주 후 축하주 대신에 동복리 바닷가 찻집에서 커피로 축하해주는 친구. 함께여서 좋았어요

 

완주 후 커피도 마시고 동복리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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