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계

제주올레 2코스

반야화 2015. 9. 30. 12:43

2015.8.15

올레길 이틀째

오늘도 아침부터 햇빛 쨍쨍하고 후텁지근한 날씨다. 뒤쪽으로 잘 생긴 성산일출봉이 있는 광치기 해변에서 시작해서 혼인지를 지나 온평포구에서 끝나는 코스다. 몇십 년 만의 제주의 폭염이라고 하는데 누가 가라고 떠미는 것도 아니고 상 받을 일도 없는데 이 뜨거운 햇살 속으로 굳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사그라드는 내 열정을 살려내고 싶은 욕망이 한 몫한 게 아닐까라고 괘변을 붙여본다. 첫날은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은 바람이 좀 있다. 이 정도만 되어도 할만한 날씨다. 함께 걷기란에 신청자가 둘 뿐이어서 자원봉사자가 나오는 게 미안해서 취소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빠지면 다른 한 사람도 힘이 빠질 것 같아서 나갔더니 신청하지 않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고 그들은 중간지점인 홈마트에서 빠지고 셋이서 2코스 완주를 했다.

 

광치기 해변엔 말 두 마리가 가만히 서 있다. 뜨거운 모래밭 위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말이 너무 애처롭게 보인다 그 옆에는 말 주인인 노인도 함께 회초리를 들고 앉아 계신다. 돈이 참 무섭구나 싶은 풍경이다. 돈보다 더 무서운 건, 그 무서운 걸 꼭 많이 가지려는 사람이고, 돈을 가지게 되면 삶은 그다지 무섭지 않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광치기 해변을 뒤로하고 내수면 둑방길로 접어들면 아직도 쓸만한 양식장들이 버려진 상태로 있고 건너에는 식산봉이 보인다. 식산봉은 공사 중이어서 오르지 못하고 우회해서 걷는데 길이 참 좋다 좁다란 길가엔 황근이 만발해 있고 수풀이 무성한 길을 따라 나가면 칠 각정 정자가 있다. 이제까지 팔각정 정자는 많이 봤어도 칠 각정은 생소한 정자인데 봉사자님의 말에 따르면 팔각정은 일본이나 중국의 모덜이기 때문에 제주의 자존심을 살려서 칠 각정으로 세웠다는 말씀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앞으로도  모든 정자를 그렇게 지켜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코스는 어딜 가도 일출봉을 안았다가 업었다가 하면서 도는 코스다. 어느 방향에서 보나 역시 일출봉은 잘 생겼다. 동그랗게 돌아서 식산봉 지나 연못 같은 가두리 바닷물을 지나서 한참 걸으면 오조리 마을에 족지 물이 나온다. 용천수가 솟아나는 작은 연못에는 맑고 깨끗한 밑바닥에 물고기들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채 많이 살기도 하고 일행들이 발을 담그고 한참을 쉬어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걷는 곳곳에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뜨거워진 발바닥을 식혀서 걸으면 잠시 동안은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오조리 마을에서 차도로 걸어가니까 중간 지점인 홈마트가 나오고 거기서 봉사자분들은 빠지고 셋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대수산봉을 향해 가는 길이다. 대수산봉까지 가는 길에는 양쪽에 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고 그 속으로 넓은 길이 그늘도 없이 쭉 뻗어 있다. 그 뜨거운 길을 다 지나 대수산봉에 오르는데 호흡이 불편할 정도로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힘들게 올라간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연무 때문에 선명치가 않아서 아쉬웠다.

 

이제 끝지점을 향해 가는 길에 혼인지를 만난다. 제주를 보기 전에 가장 먼저 봐야 할 곳이다. 그 신화를 먼저 보는 게 좋지만 여러 번 왔어도 처음으로 혼인지를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혼인지 앞마당에 앉아 있으니 솔솔 시원한 바람이 찾아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혼인지 곳곳을 살피보는데 부지가 생각보다 넓었다. 마당에는 예전에 전통혼례도 거행된 것 같은데 요즘도 혼례식장으로 훌륭한 장소였다. 마당 뒤로 돌아보면 벽랑국에서 찾아온 세 공주를 맞이해서 신방을 치렀다는 신방 굴이 세 개 있다. 허구이든 진실이든 신화는 즁요한거니까 잘 보존되어야 한다. 그 작은 3개의 방에서 세계적인 도시인 제주가 태어났다는 건 자랑스러운 신화다.

혼인지를 나와서 대로를 건너면 대평포구가 이어지는 곳에 마을 정자가 있고 바로 옆에서 스탬프를 찍고 나서 잠시 정자에서 봉사자분이 사준 냉커피를 마셨더니 뜨거운 속이 싸아하게 식으면서 피로가 발끝으로 다 내려가는 것 같았다. 포구에는 시원한 바다가 환해장성에 갇힌 듯 파랗게 물을 반짝이고 있는데 몸이 갈증을 느끼니까 아무 물이나 다 달게 보인다. 저 바닷물도 달 거라는 생각으로 마사고 싶었다.

 

내일도 다시 이곳에서 출발해야 되고 다시 와야 하는 곳이다. 내일 봐.

 

 

 

뜨거운 모래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말이 너무 불쌍하다.

2코스 함께 걸을 사람들

 

 

 

 

황근(노란 무궁화) 한 나무에 두 가지 색의 꽃이 핀다. 노랑과 주황.

 

조금밖에 안 걸었는데 너무 더워서 지친 기색이 보인다.

오래된 양식장, 내수면 둑방길

식산봉 우회길

황근, (노란 무궁화) 멸종 위기종인 노란 무궁화를 제주에서 재배 성공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는 국내에 자생지가 없는 수입나무인데 비해 황근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토종 무궁화다.

소금물에 버티는 힘이 강하여 자라는 곳은 물 빠짐이 좋은 바닷가 모래땅이나 돌 틈이다. 

한 나무에 색이 다른 두 가지 꽃이 핀다. 노랑과 주황.

 

 

삽족지 물, 용천수인 민물이어서 잠시 발을 식혀서 다시 걷는다.

대수산봉 올라가는 ,길 숨이 차올라 힘든다.

 

 

 

대수산봉

대수산봉에서 보는 수확이 끝난 들판

 

양쪽으로 넓은 들판의 수풀 길을 한참 지나서 혼인지로 가는 길

 

혼인지, 생각보다 부지가 무척 넓다. 여기서 전통혼례도 올리는 장소.

 

 

소나무 재선충이 파놓은 상처

고. 양. 부 세 성씨의 시조가 혼인해서 신방을 꾸민 장소 (신방 굴)

 

 

 

 

 

 

 

 

온평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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