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note

정신이 빠진 육체

반야화 2007. 5. 12. 18:48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몸에서 정신을 빼고 나면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아무 소용없는 그저 온갖 오물이 가득 찬 가죽 푸대란다. 거기다가 마음까지 추악함으로 들어 있다면 오물의 무게가 좀 더 나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죽 푸대에 영혼을 불어넣고 기가 차면 인간이란 모습으로 돌아온다.

 

인간이란, 가죽 푸대를 갈고닦아 그 모습을 치장을 하고 나서 서로 잘났다고 뽐내고 재주가 부족하면 못난 걸로 인식한다. 마음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마음이 뇌에 있다고도 하고 가슴에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잠시 마음이 육체를 지배하다가 떠나버리면 그저 물질일 뿐이다 물질과 기운이 합쳐졌을 때가 우리가 알고 있는 몸무게라고 하는데 난 기운이 다 빠져버린 아니 다 소진해 버린 무게를 느낀 경험이 있었다. 처음에 그걸 느꼈을 때 우리 몸에서 기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참 경이로웠다. 내가 지금껏 불씨를 지키고 있는 내 사람이 뇌를 다쳐서 가끔씩 뇌에 산소 공급이 안되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킨다. 그때는 온몸에 기를 다 소진하고 혈의 흐름을 멈추어 버리는 것 같다. 그러고 났을 때 몸을 만지면 종잇장 같이 가벼워지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러다가 30초 정도 지나면 다시 기가 들어오고 피가 흐르는지 원상태가 된다.

 

처음에 그런 일을 당했을 때는 너무 놀라서 나조차 정신이 빠지고 온몸이 후들거리고 기운마저 똑같이 소진해 버렸다. 요즘은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는데 먼저 인중에 사혈침으로 혈을 통하게 하고 손 발가락에 혈을 통하게 해서 고비고비를 잘 넘기고 있는 편이다. 그 엄청난 일이 지나고 나면 그가 얼마나 불쌍하고 애처로운지 견딜 수가 없다. 그 고통을 지켜볼 때는 차라리 육체의 옷을 갈아입는 것이 그를 위해 옳은 일인지 본인은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데 어쩌면 내가 내 힘으로 좀 더 이 세상에 붙들어 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금만 소홀히 하면 탈이 나고 계절마다 체온조절만 잘 못해도 감기가 들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열이 난다 그렇게 힘들어도 그가 있어 온전한 가정인 것 같아서 불가항력이 올 때까지 그 영혼의 불씨를 지켜야 한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병원에서 뇌를 다친 사람이 말은 하나도 안 되는데 이상하게도 노래를 잘하는 걸 보았다. 얼마나 신기한지 아니 그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그건 노래를 담당하는 신경을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래로 언어치료에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우리 몸에 신경들이 그토록 세분화되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함께 병원에 있던 그 사람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아마도 더러는 가죽 포대를 벗어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올 인연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아닌 이 몸, 가죽 포대요 물질일 뿐인 걸 뭘 그리도 치장하고 사는지 겸손하게 살아야지. 사람들아, 진정한 치장이란 가죽 포대에 착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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