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봉계곡에서- 망월사-와이계곡-포대능선
우리는 극락으로 간다. 중생교, 천중교, 극락교를 지나 드디어 도봉 주능선을 주름잡고 있는 포대능선에 올라 극락에만 있을법한 도봉산 최고봉을 바라보는 마음자리는 어느새 극락의 품에 안기운 듯 아늑해진다.
도봉역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서울이고 원도봉계곡쪽은 의정부시로 구분된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길을 다시 오르니 아무것도 관찰할 줄도 모른 채 남의 뒤만 졸졸 따르던 때와는 달리 이제야 뭔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긴다. 이 코스는 수많은 선사들이 지났던 길이고 구도의 길이어서 이 길이 어떤 길인지를 사색하면서 걷는데 늦둥이로 태어난 매미도 아직 구애를 이루지 못했는지 단말마 같은 소리는 힘이 없고 한여름 그 좋던 계곡은 뼈대가 드러나 앙상한 빈티가 나고 푸르던 나뭇잎도 노년의 맥없는 그것처럼 가을이 오면 고운 수의를 걸치고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 참으로 무상한 만물의 한살이를 보는데 한여름 무더운 더위를 다 먹어치우고도 여전히 푸르른 건 소나무뿐이더라.
원도봉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불국토로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들머리에 중생교를 지나고 한참 중생의 고뇌를 벗어날 지점쯤에 하늘에 오르는 천중교가 있고 끝 모를 하늘의 허공을 날아 시공을 초월하는 것 같은 지점에는 극락교를 놓아두었으니 이 세 다리를 건너서 망월사에 들어서면 포대능선 위 멋진 봉우리들이 삼재를 다 막아서듯 솟아 있는 그 아래 포근히 자리 잡은 망월사가 있다. 그곳이 바로 극락이 아닐는지.......
망월사는 선덕여왕 때 639년 해호 선사가 창건하고 한국전쟁 때 소실된 걸 새로 증축한 것이다. 망월이란 신라 경순왕의 태자가 은거하면서 월성을 바라보며 삼국통일과 왕실의 융성을 기원하는 곳이며 역대 가장 손꼽히는 유명한 선사들인 고려시대 혜거 국사, 나옹선사, 조선시대와 근대를 거치면서 명망 높은 선사님들이 기거했으며 요즘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도하는 곳이다. 그리고 중생교를 지나면 우리나라 유명한 산악인이 된 엄흥길의 생가터가 있으니 그분은 참 많은 극락세계를 다녀온 분으로 생각된다.
도봉역에서 바로 오르는 길도 좋지만 원도봉계곡은 여름이면 물이 넘쳐나는 소와 폭포도 있고 쉴 자리가 많은 계곡이어서 천천히 오르면서 즐길 수 있는 아주 좋은 코스다. 그리고 20년 전에 내가 명명한 오페라하우스도 있고 그와 닮은 몇 개의 바위들이 많아서 볼거리 또한 줄을 이으니 빠르게 오를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도봉구 우이동에서 시작해서 망월사에서 끝나는 도봉 주능선은 하루에 다 하기엔 무리가 있어서 포대능선을 기점으로 나누어서 하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딱 한 군데 원도봉 코스에는 y계곡을 통과해야 멋진 풍경을 만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데 오를 때마다 다시는 안 올 거라고 하던 그 아찔한 와이계곡을 올랐더니 지금도 온몸이 아프다.
20년 세월이 지나다 보니 와이계곡을 통과해야 하는 길인 줄 모르고 들어섰으니 넘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험한 구간은 삶의 구간에도 꼭 한 번씩 맞닥뜨릴 수 있는 어떤 고비 같은 것이다. 그 험한 고비를 넘겨야만 천국 같은 포대능선의 멋지고 경외스러운 풍경을 만나니 삶도 마찬가지가 이 닐까 싶다. 이제 그 숫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그 지나온 길을 관조하면서 생각한 것은 행복이란 만족할 줄 아는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제는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가벼움으로 살다 보니 행복의 무게는 오히려 무겁게 쌓이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중생교
두꺼비바위
접근금지 굴
덕제 샘
망월사
거인 같은 바위
멀리 사패산이 보인다
가장 높은 자운봉과 만장봉, 선인봉
y계곡에 오른다
자운봉
신선대
주봉
주봉 옆구리에 터를 잡은 명품 소나무
꼭대기에 거북 모녀가 세상을 관조한다.